"내부총질? 내부청소!"…이재명 대표 공격한 민주당원 [이광식의 관계자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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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가 사회 이슈의 중심에 선 '관계자 A씨'를 찾아가 독자들이 궁금했던 얘기를 물어보고, A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 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제보, 제안 바랍니다.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법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가 접수됐다. 신청서를 제출한 주인공은 백광현 씨(42)로 민주당 권리당원 324명이 함께했다. 백 씨는 같은 달 30일엔 같은 내용의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백 씨는 최근 민주당이 내린 결정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했다.민주당은 지난달 2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장·위례동 특혜개발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은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제3항에서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민주당 당무위는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기소가 '정치 탄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사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을 운영하는 백 씨는 2021년 7월 이 대표의 욕설 내용이 담긴 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4월엔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을 제보한 A씨가 백브리핑에 출연하기도 했다.백 씨는 민주당 지지자다. '권리당원'으로 매달 당원비도 납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왜 민주당 당 대표의 직무를 멈춰달라고 법원으로 갔을까.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백 씨를 만났다.
▷가처분 신청 결과, 어떻게 전망하나.
"다른 사람들은 비관적으로 볼지 모르지만, 나는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신청인 자격에 문제가 없어서다. 신분증과 당원증, 주소, 전화번호 등을 모두 제공한 분들만 모았다. 민주당 권리당원임을 분명히 입증할 수 있는 분들만 고르고 골라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과거 가처분 신청 사례와 대비시켜보자. 지난 2021년 대통령선거 경선 결과를 두고 '대통령 후보자 선출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사퇴한 후보들이 받은 표를 아예 모수에서 빼버리는 방식으로 과반 득표를 인정받아 곧장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체 10표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4표, 이낙연 후보가 3표, 사퇴 선언한 후보가 3표를 받았는데 이 3표를 아예 '10표'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재명 후보가 전체(7표)의 과반(4표)을 받았다고 해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서 '박수쳐서 만장일치로 추인'시켜버렸다. 그놈의 만장일치가 뭐라고.
이때 민주당 권리당원 200여명이 모여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경선 결과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때 이재명 후보 측은 “소송에 참여한 이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인 걸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맞서더라. 신청인 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신청한 지 약 2주 만에 기각됐다.
▷신청인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는데.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 날짜가 다음 달 4일로 잡힌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가처분을 신청한 지 무려 6주 만이다. 내 경험상 통상 일주일 안에 심문기일이 잡히고, 2~3주 안에 결론이 나왔다. 심문기일이 이렇게 늦게 잡힌 것은 법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2021년엔 기각 결정을 받기까지 2주가량 걸렸다.심지어 이 대표는 지금 기소돼 격주로 재판받고 있지 않나. 과거 대통령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다. 법원이 이 대표를 무서워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꼭 법원으로 가야 할 일이었나.
"민주당 당헌 80조는 우리의 자부심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다른 당보다 조금 더 깨끗하다는 것을, 깨어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규정이다. 민주당 지지자로서 이 규정에 대한 애정이 무척 크다. 우리의 자존심과 같은 규정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순 없었다. 심지어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3일 전에 지금의 예외 조항을 새로 넣었다."
당헌 제80조 제1항: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법원이 기각하면 아무 소득이 없는 것 아닌가.
당헌 제80조 제3항: '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윤리심판원은 30일 이내에 심사·의결한다.
"나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는 걸 안다. 본안소송도 질 수 있다. 다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민주당 당원 중에서도 끝까지 "이재명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이재명 대표가 싫다고 소리친 사람도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다. 이재명 대표와 '개딸'같은 이들만 있었던 민주당이 아니었다는 걸 꼭 기록하고 싶다."
▷이 대표를 왜 그렇게 싫어하나.
"이재명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도, 대통령 문턱에 있어서도 안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취재를 정말 많이 했다. 이 대표의 형님 고(故) 이재선 씨는 물론 그의 처와도 얘기를 나눴다. 이 대표와 스캔들이 있었던 김부선 씨에게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이 대표가 사는 아파트 입주민 회장도, 이 대표의 아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도 만나봤다. 취재하면 할수록,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논하기 이전에 이 대표가 알면 알수록 문제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이재명'이란 인물이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스러운 인물은 아니구나'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2016년 대선 경선 과정서 당시 이재명 후보가 보여준 모습을 보고선 비판적으로 돌아서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이후라 관심이 많은 선거였는데,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정책 비전은 없이 비방과 악의적인 네거티브만 일삼더라. 그 부분까진 이해했다. 그런데 음주운전 같은 자기 잘못에 대해선 반성하는 태도를 볼 수 없었다. 전형적인 '나쁜 정치인'이라는 의심이 들더라. '형수 욕설 파문'이나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 의심이 확신이 굳어졌다."
▷이 대표와 만난적은 있나.
"법원에서 스쳐지나간 적만 있다.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간접적인 인연은 있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인터넷언론사 '뉴비씨'에서 메인 뉴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때 이재명의 측근이 수천만원을 들고 회사를 찾아왔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이곳에 출연시켜달라는거다. 그 때 좀 질문지를 적나라하게 써서 줬는데, 그 다음부턴 안오더라. 회사에서 돈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 만약 돈을 받았으면 지금 어떤 신세가 됐을지 모른다."
▷내부총질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내부 총질'이 아니라 '내부 청소'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로서 이재명과 '개딸'처럼 사이비 교주와 신도 같은 이들이 아니라 정말 상식적인 지지자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식당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정말 위생도 안 좋고 맛도 없는 식당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예 음식에 이재명이라는 독이 들어있다. 손님들보고 오라고 할 수 있겠나."
▷지난 대선 경선 과정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다.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가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였다고 생각했다. 후보 중에 제일 나은 사람이라고 봤다. 하지만 난 이낙연 전 대표의 '스피커'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안 된다. 그에 관한 범죄나 비리 의혹이 나온다면 당연히 비판할 거다. 이낙연 전 대표를 위해 하던 일을 멈추거나, 특별히 새로운 일을 할 생각은 없다."
▷"나중에 국회의원 하려고 저런다"는 시선이 있는데.
"전혀 없다. 현직 의원 중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지켜봤다. 그런 곳에 몸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국회의원을 할 정도의 사람도 아니다."
▷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
"우연한 계기였다. 대학생 시절,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있는데 TV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었다. 솔직히 20대 초반 대학생이 정치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나. 채널을 바꾸려고 했는데, 게임을 하느라 못 바꿨다. 그래서 억지로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듣게 됐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히더라. 그때부터 노무현이란 인물에 대해 검색도 해보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하게 됐다. 내 인생 첫 투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했다. 이후엔 탄핵 반대 집회도 나가면서 조금씩 정치와 관련된 삶을 살게 됐다."
▷처음부터 정치와 관련된 활동만 하진 않았을텐데.
"2001년 대학에 입학했다. 광고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2004년쯤 조그만 공모전에 나가서 입상한 덕에 졸업하지 않고 곧바로 광고회사에 취업했다. 그런데 광고회사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더라. 현실은 매일 회의와 영업의 연속이었다.
3년 만에 다른 게임회사로 이직했다. 그곳에서 게임 만드는 일을 5년가량 하다 30대가 되고선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 별의별 사업을 다 해봤다. 2010년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영상 쇼핑몰'을 만들었다. 쇼핑할 때 고객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모델이 옷을 입고 움직이는 영상을 올렸다. 반응이 뜨거웠는데, 비용은 더 뜨거웠다. 서버비용으로 한 달에 500만~600만원씩 나오더라. 도무지 감당이 안 돼서 그만뒀다.
이 시절엔 정치와 관련된 글을 올리는 블로그 활동을 했다. 나름 '파워블로거'였다. 광고학과 출신이라 내 블로그와 내 글을 어떻게 하면 검색화면의 상단에 노출시키는지 요령을 잘 알고 있었다. 2014년엔 광고기획사, 2016년엔 연기학원도 운영해봤다."
▷지금의 활동에 대한 부담은 없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금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와이프가 이해해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나도 얼굴 팔리는 일 싫어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유튜브로 성공하고 싶었으면 지금처럼 하지 않았다. 이 대표를 응원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을 거다.
하루는 공지영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 넓은 바다를 썩지않게 하는건 단 3%의 소금물'이라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돈 봉투 사건'을 보니 더더욱 소송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