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권 전매제한 1년으로 완화되자…"급매물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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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풀리자 분양권 시장 '꿈틀'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 정부가 지난 7일 아파트 전매제한을 대폭 풀자 분양권 거래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 직후 중개 거래뿐만 아니라 직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급매가 소진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급매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거주 의무와 양도소득세 규제 탓에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대문구 4건 거래
프리미엄 1억 원선
천호동·성내동에선
웃돈 없이 거래되기도
"급매물 소진 과정"
양도소득세 중과
실거주 의무 등은
국회 통과 불투명
거래 활성화에 변수
전매 풀리니 서울 분양권 거래↑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며 규제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역의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1년으로 줄였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 분양을 진행한 단지에도 소급 적용해 수도권에서만 전매제한 완화 효과를 받는 단지는 120곳에 달한다.그간 분양권 거래를 막았던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거래가 재개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일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시행 직후 서울 동대문구에서만 4건의 분양권 거래가 신고됐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는 10억9000만~11억667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단지는 2019년 분양 당시 같은 크기 분양가가 9억3000만~10억6000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이른바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원 안팎인 셈이다. 직거래로는 같은 평형이 10억원에 거래되면서 가격이 더 내렸다.전매제한 완화 혜택을 받는 강동구에서도 분양권 거래가 늘었다. 천호동의 ‘강동중흥S클래스 밀레니엄’은 전용 47㎡가 프리미엄 없이 5억7969만원에 거래됐다. 성내동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전용 84㎡ 역시 사실상 프리미엄이 없는 10억5269만원에 손바뀜했다.시장에서는 전매제한 때문에 팔리지 않던 급매가 소진되는 과정이라는 반응이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지금 거래가 이뤄지는 분양권은 모두 프리미엄이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 급매”라며 “급매가 소진되면 다시 프리미엄이 붙겠지만, 지금은 프리미엄 없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양도소득세 중과는 “주의”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권 거래 가능 단지는 모두 13곳이다. 지난해 4월 7일 이전에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단지 중 아직 입주를 시작하지 않은 곳이다. 광진구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와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 구로구 ‘신영지웰에스테이트 개봉역’,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등이 당장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다. ‘한화 포레나 미아’와 ‘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도 분양권이 순차적으로 풀릴 전망이다.업계에서는 전매제한 완화 효과 덕에 일부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지만, 분양권 거래 활성화까지는 실거주 의무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 전매제한 완화에 따른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완화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반대 의견이 강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일부 단지는 전매제한 완화에도 실거주 의무가 별도로 적용된다.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분양권을 보면 매도자가 거의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수준으로 정말 급해서 내놓는 물건이라는 게 공통점”이라며 “그런데도 가격에 만족한 매수자 중 상당수가 실거주 의무가 있다는 얘기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분양권을 내놓는 입장에서 과도한 양도세 역시 부담이다. 현재 청약 당첨 1년 이내에 분양권을 팔면 시세 차익의 70%, 2년 이내에 팔면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세 부담이 80%에 달하는 탓에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면 분양권 가격대가 더 낮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