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김일성 111회 생일에 금수산궁전 참배 안 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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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이후 2020년 이어 두 번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 111주년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공식 집권 후 김정은이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선대 후광보다 본인 업적 과시"
16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를 종합하면 김정은이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를 찾을 수 없다. 김정은은 과거 태양절에 고위 간부를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고 북한 매체들도 이를 당일이나 다음날 보도했으나 이번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대신 “태양절에 즈음해 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무력기관 일군(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전했다.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의 해)은 아니지만, 북한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에 김정은이 잠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기였지만 태양절에 김정은이 참배 현장에 처음으로 나타나지 않자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은이 선대의 후광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북한의 권력을 장악해 참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2월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81주년에도 참배 현장에 불참했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로는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보다는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과시하면서 통치해왔다”며 “태양절 등 과거 기념일에 중요성을 덜 부여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