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줄이는 질문…"앞날만 걱정하다 오늘을 잊고 사나"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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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한 기업의 최고경영자 A는 자기 분야의 정상에 올랐다. 그는 경력을 쌓느라 가정에 소홀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혀 있다. 건축 사업 컨설턴트 B는 업계 내에서의 좋은 평판과 화목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런데도 후회하고 있다. 자신의 목표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채찍질했다.
마셜 골드스미스, 마크 라이터 지음
안솔비 옮김
한국경제신문
368쪽│1만9000원
최근 출간된 <숨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면>은 후회는 줄이고 만족을 늘리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단순한 '후회 치유법'을 다룬 책이 아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살면서 후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책의 주요 관심사는 후회의 빈도를 줄이는 요령이다. "만족한 삶의 표본일 줄 알았던 사람들도 알고 보니 끝없는 후회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 책을 쓴 마셜 골드스미스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다. 그는 수십 년간 구글, 골드만삭스 등 유명 기업의 임원들을 상대로 인생 상담을 했다. 겉보기에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한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불교의 '무상'이다. 제목도 "숨을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는 석가모니의 인용문에서 따왔다. 석가모니는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새로운 호흡마다 감정이 변하고 결국 사라진다고 했다.
저자는 불교의 가르침을 인생의 후회에 적용한다. 결론은 단순 명료하다.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그는 과거의 실수에 대해 자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의 상황으로, '과거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불필요하다고 한다. 현생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인생 무상'의 개념이 역설적이게도 현실에 열정을 쏟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책의 마무리에서 그는 스탠퍼드대학교의 마시멜로 실험을 인용한다. 어린아이들한테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고, 20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는 실험이다. 유혹을 참고 기다린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훗날 높은 학업 성취도를 달성했다고 한다. 미래의 '지연된 보상'을 위해 현실의 사소한 기쁨을 포기할 수 있는 자질은 많은 경우 성공의 비결로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실험을 다르게 해석한다. 두 번째 마시멜로를 받은 후 "조금 더 기다리면 세 번째 마시멜로를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한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백 번째 마시멜로까지 계속된다. 그런 논리라면 결국 가장 '성공'한 사람은 수천 개의 마시멜로에 둘러싸인 채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일 것이다.
때로는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현재의 삶을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저자는 지나간 삶에 후회하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조언한다. "마시멜로를 먹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리고 마시멜로를 먹어라!"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