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이라 말해요’ 우주를 만나 ‘로코 퀸’으로 거듭난 이성경 “대본 속 인물서사에 집중, 작위적이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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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경은 이성경이다.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배우 이성경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사랑이라 말해요’의 여자 주인공 배우 이성경과 만났다. 그는 특유의 통통 튀는 발랄함을 내뿜으며 기자를 반겼다.
“시청자이자 연기자의 시선에서 모두 이입해서 봤어요. 어쩐지 짠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요즘 다이내믹한 표현이나 빠른 호흡을 원하는 대중의 시선과 달리, 천천히 호흡을 따라가면서 봐야하는 작품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입하며 봐주셨다는 걸 듣고 감사했어요.”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 분)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 분),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남녀의 감성 로맨스라는 시놉시스의 멜로물. 이성경은 극 중 심우주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망한 아버지의 상간녀로 인해 20년간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가족들을 챙기며, 상간녀의 아들인 한동진에게 복수하려고 접근한 이후 점차 다른 감정으로 혼란을 겪는 심우주의 서사를 표현하는 이성경의 모습은 밝은 깍쟁이 느낌이 강했던 기존 필모그래피와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센 대사 때문에 우주가 강한 캐릭터인 줄 알았지만, 볼수록 허술하고 여린 인물이었어요. 속으로 삼키는 일상 속에서도 거침없는 솔직함과 후회를 거듭하는 모습이 와 닿았죠. 하지만 단순히 기존 캐릭터나 평소 저와 다른 매력에 끌린 것은 아니었어요. ‘여리고 순수한 캐릭터의 삶 자체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면 매력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성경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미어진다. 연민과 사랑, 증오, 절망이 뒤엉킨 심우주의 감정을 완벽에 가깝도록 연기해냈다. 이전의 상큼 발랄함을 내려놓고 진중한 모습으로 가슴 아픈 여인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 ‘로코 퀸’으로 불릴 만하다.
“‘우주는 뾰족하게 생긴 두부’라는 작가님의 정의에 따라 특정 모티브보다는 대본 속 인물서사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갖췄어요. 특히 작위적이지 않게 표현하고자 했죠. 사람이라는 것이 어두운 성격이라도 늘 어둡게 살지는 않잖아요. 그를 생각하면서 주변상황과 함께 기본적인 습관이나 표정, 말투 등으로 형성되는 분위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했어요.”
그간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들을 선보여왔던 이성경은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완벽한 연기 변신을 꾀했다. 한동진(김영광 분)과 마주친 이후 예측불가한 전개 속에 변모해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내며 한층 깊어진 감성 열연으로 특별한 위로와 공감을 전했다.
“대본부터 현장까지 우주로서의 마음에 잘 이입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어요. 물론 감정신이기 때문에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 두 달 정도는 캐릭터 감정에 몰입하기 위해 여느 때와 달리 현장과 소통하기보다 스스로에 집중했어요. 그러다보니 잠도 잘 못자고 체중도 최저치를 찍기도 했죠. 하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의 존중과 함께 캐릭터에 적응하면서 후반부는 더욱 편하게 접근했어요. 캐릭터 자체 감정에 젖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성경은 동진에게 자꾸 끌리지만 현실적인 상황으로 애써 억누르다가 결국 터져 나오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묵직한 우주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우주에게 있어 동진은 자기와 가족 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존재이자, 안쓰럽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 인물이에요. 또한 본의 아닌 챙김을 받는 과정에서 뭔가 우주가 여자로서의 마음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만약 실제 저라면 복수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로맨스 케미 장인으로 손꼽히는 이성경은 장르를 넘나들며 큰 활약을 선보여온 김영광과 만나 과몰입을 유발하는 케미로 설렘 지수를 높였다. 두 사람은 비주얼부터 분위기까지 완벽한 케미를 자랑했다. 훤칠한 투 샷과 보고만 있어도 눈 호강하게 만드는 ‘우동커플’의 극강 비주얼합은 일명 '사랑말 앓이'를 유발하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했다.
“(김)영광 오빠와는 20대 초반부터 친해서 서로에게 장난꾸러기 같은 사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우주-동진의 분위기를 내기가 어려워서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또한 감독님께서 1~2회 때부터 편집실에서 ‘별의별 오해를 다 한다’며 극 중 분위기를 이끌어주신 덕분에 우주-동진 두 모습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혜성(김예원 분), 지구(장성범 분)와는 현실 남매 케미로 웃음과 공감을 선사했고, 준(성준 분)과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찐친 케미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전 작품과는 차별화된 힘을 뺀 연기로 주변 캐릭터들과 찰떡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 이성경은 ‘사랑이라 말해요’를 통해 ‘케미 장인’으로 등극했다.
“준(성준 분)과 혜성(김예원 분) 등은 극 중 캐릭터 속성만 빼놓고 거의 실제와 비슷해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이자 가족이었어요. 특히 예원 언니는 우주가 실존하는 친동생 같다며 쫑파티 때 서로 고마워하면서 울기도 했어요. 메이킹에서 비치는 현장의 유쾌함과 함께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좋은 현장이었어요.”
인물의 서사에 따라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 올린 이성경의 연기는 감성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줬다. 로맨스물에 최적화된 이성경의 애절한 눈빛과 짙은 감성 열연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모았다. 이성경의 열연에 시청자들의 눈물샘은 마를 새 없었다. 게다가 이성경의 연기는 같은 눈물이라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이 매번 다르고 복합적이기까지 하니 도무지 치켜세우지 않을 수가 없다.
“좋은 대본 써주신 작가님과 우주로서의 제 감정을 믿어주시고 함께 느껴주신 감독님, 함께 실제인물처럼 호흡해준 동료배우들까지 그들 덕분에 우주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어요. 그러한 흐름을 시청자의 시선에서 다시 돌아보면서, 장면구도부터 촬영현장, 편집 등 제 컨디션에만 집중하면서 놓쳤던 것들을 되새길 수 있었어요. 굉장히 자유로웠던 캐릭터 표현과 함께, 그러한 부분들을 고민하며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성장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사랑이라 말해요’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이성경.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속 이미지는 그가 벗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만큼 숙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우주와 이성경의 차이는 기존과는 다른 밝지 않은 캐릭터였을 뿐, 우주로서의 제 모습이 현실과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혼자 있을 때처럼 힘을 뺀 캐릭터로 연기해본 것이 처음이었고, 그를 통해 스스로도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생각해요.”
데뷔작인 ‘괜찮아, 사랑이야’부터 ‘닥터스’, ‘역도요정 김복주’, ‘낭만닥터 김사부 2’, ‘별똥별’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안정적인 연기력은 물론, 개성 넘치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성경은 ‘사랑이라 말해요’로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보통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우주-동진과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곁에서 함께 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려요.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을 잘 마무리하면서, 팬들과 직접 만나는 팬미팅 계획을 추진할 생각이에요. 또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해내야죠.”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