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만원만"…'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자의 마지막 전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경매 중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축왕'이라 불린 전세 사기 일당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숨진 20대 청년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대책위원 17일 "전세 사기 피해자 A(26) 씨의 발인이 16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고 밝혔다.A 씨는 125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축업자 B(61) 씨로부터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A 씨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수도 요금 6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는 등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었다. 숨진 A 씨의 지갑에 있던 현금은 2000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했다.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그렇지만 이 오피스텔은 이미 2019년에 1억8000만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고, 지난해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로 넘어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A 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은 34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5600만원은 고스란히 날아가게 된 것.

A 씨는 올해 초까지 대책위에 참석하며 활동했지만, 이후 생업을 위해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 씨는 올여름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전세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A 씨의 숨진 채 발견된 오피스텔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A 씨가 힘들어했던 만큼 전세 사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B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28일에도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2009년경부터 타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지은 뒤 금융권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시 집을 짓는 방식을 반복했다. 남 씨가 실소유한 주택은 확인된 것만 2708채다.

또한 대출이자 연체 등으로 경매에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전세 계약을 체결해 161가구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