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과잉 생산…LNG값 연초 대비 '반토막'

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LNG가격

G7에서 LNG화력발전 규제 합의 등 악재 줄이어
천연가스 가격이 올들어 50% 가까이 급격히 하락했다.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이 천연가스 발전까지 감축하기로 결의하면서 가스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올들어 인플레이션과 친환경 산업 전환의 여파로 철광석과 금·은 니켈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천연가스와 석탄 등만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예상을 밑돌았고, 각 국가의 재고량도 넘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뜻한 날씨와 넘치는 재고

17일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1개월물 벤치마크 기준) 가격은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 당 2.165달러로 2020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재제와 러시아의 수출 통제조치 등으로 가스값은 작년 8월 사상 최고인 MMBtu당 9.98달러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6개월만에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유럽 각 국이 지난해 가스 사재기에 나섰으나 날씨가 이례적으로 온화했던 탓에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남았다. 올들어 유럽 국가의 평균 천연가스 비축량은 빠르게 증가해 이미 예년의 6월 수준 재고를 확보했다. 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가스를 비축하는데, 스페인은 비축량이 85%에 육박해 피크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천연가스 재고량(7일 기준)도 5년 평균값보다 18.9% 증가했다. 시장의 큰 손인 동북아시아 지역 공급도 넘치고 있다. 최근엔 한국과 일본 등으로 향하던 LNG운반선이 천연가스를 하역할 곳을 찾지 못해 몇 주씩 바다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오히려 되팔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도 감지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소 향후 몇 주간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7의 LNG발전소 감축 결의

중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산업 생산에 차질을 빚은 중국의 수요 회복 속도가 천연가스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부터 여름까지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점검과 보수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올여름 날씨도 가스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 냉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력 생산에서 천연가스 발전의 비중이 38%에 달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수출용 LNG 생산이 늘어나면서 가격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호황기에 텍사스 등 미국 중남주에 대규모 셰일가스 유정을 개발한 여파로 부산물인 천연가스 분출이 급증한 가운데 에너지 기업들은 걸프 해안에 대규모 천연가스 액화·선적 인프라를 중이다. 이달에도 샘프라에너지와 벤처글로벌LNG 등이 은행위기 상황 속에서도 인프라 건설을 위한 2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에 성공했다.

최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담당 장관회의에서 이뤄진 LNG발전 단계적감축 합의는 장기 수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시한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주요 국가들이 처음으로 화석연료 발전을 전면 퇴출하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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