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무용지물"…1년새 두 번 연속 뚫린 日경호 체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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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아베 전 총리 총격 후 전면 개정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에 습격을 당한 뒤 일본에서는 주요 인물 경호체계가 여전히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신조 아베 전 총리가 총격당한 지 1년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전 심사 거쳤지만 현장에선 준수된 바 없어
기시다 총리 피습 시도에 위기감 고조된 日 정치권
1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내 주요 인물 경호에 여전히 리스크가 있다고 보도했다. 경호 체계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선거 운동이 한창인 틈을 타고 똑같은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틀 전 벌어진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한 지적이다. 15일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연설을 앞둔 기시다 총리에게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이 날아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폭발물이 터지기 전에 피신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류지(24)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요 인물 경호는 경찰청이 도맡는다.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 사건으로 전면 개정된 '경호 요직'에 기반한다. 총리 등 주요 인물이 해당 지역을 방문할 때 해당 지방경찰청이 경호계획을 작성하고 경찰청이 사전 심사하는 식이다.
와카야마현 경찰청도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 계획을 작성해 본청의 심사를 통과했다. 주로 △외부인 접근을 막는 방법 △유세 빈도가 높은 지역은 경찰청과 지방 경찰청이 합동 시찰 △위험물 조기 파악 등의 내용이 경호 계획에 담겨있다.계획에서 나온 방지 대책은 이번 사태에서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용의자는 와카야마현 어시장에 몰린 200여명의 군중을 뚫고 총리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청중 주변에 경호대가 포진해 있었지만, 폭발물 투척을 막지 못했다. 와카야마현 경찰청은 용의자를 두고 "경비 상 경계해야 할 인물로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전 시찰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경호 규칙을 전면 개정하며 나온 주요 대책이다. 경찰청 직원이 지방 경찰과 협업해 유세 지역을 사전에 시찰하고, 피습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비책을 세우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연설한 곳이 유세 장소로 선정되는 일이 드물어 사전 시찰을 건너뛰었다. 유세에 앞서 청중들의 수하물을 검사하는 과정도 생략됐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가와모토 시로는 "(어시장은) 유동 인구가 많은 역 앞이나 상업시설과 다른 환경이다"라며 "적어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해서 수하물 검사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일본 정치권에서도 이번 폭발물 사건에 대한 규탄이 잇따랐다. 자민당의 하기우다 코이치 의원은 "(테러에) 단호하게 항의한다"고 했고,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의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규탄했다.
국민민주당도 "1년이란 단기간에 주요 요인이 두 번이나 습격을 당한 건 경호체계의 부실을 뜻한다"며 "경호 규칙에 대한 검증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여당과 야당 모두 중의원 보궐 선거 유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모리야마 유우 자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 유세 일정을 바꾸지 않고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