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이상 기업도 산재예방 지원…정부, 근로자수 규제 완화

한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6일 중소 건설사인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산업계엔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한경DB
고용노동부는 산업 재해 없는 현장을 확산하기 위해 사업장 당 최대 3000만원의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이 되려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인 사업장'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고용부가 지원 대상을 상시 근로자수가 아닌 '업종 특성을 반영한 매출'에 따라 선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서 앞으로는 50인 이상 사업장도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17일 이런 내용의 '상시근로자 수 기준 규제의 고용 친화적 개선방안'을 규제개혁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기업 관련 규제나 지원 제도를 만들 때 대부분 종업원, 종사자, 근로자 등 '상시근로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규제 기준은 기업들이 직원이 더 필요한데도 규제 부담을 줄이거나 혜택을 보기 위해 고용을 꺼리는 요인이 됐다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규제혁신추진단은 이런 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경제 5단체, 관계 부처 등과 논의했다.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기업이 중소기업 규모를 넘어 성장하면 혜택 종료와 규제 부담 증가로 더 이상 성장하기를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처럼 일정 성장 단계에서 고용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추진단은 이날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사업 보조금 지급 대상자 기준 완화를 포함해 대표 추진 과제 11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기술보증기금법상 '신용보증'의 정의를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신용보증은 상시 사용 종업원이 1000명 이하이고 총자산 1000억원 이하인 기업이 부담하는 일정의 금전 채무를 보증하도록 하고 있다. 중기부는 기술보증기금의 핵심 사업이 신기술 사업자에 대한 기술보증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시근로자 기준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도권 이외 지역 이전법인 도시개발사업자 자격기준'을 손질한다. 현재는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의 자격기준에서 '과밀억제권역에서 사업하고 있거나 3년 이상 본사를 두고 있는 법인이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이전'하는 법인의 경우 이전법인의 종업원 수 500명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토부는 종업원 수 이외에 기업신용평가, 매출총액, 부채비율 등을 고려해 새로운 기준 추가 마련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종업원 수 500명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수도권 이외 지역 이전법인 공업지역정비사업시행자 자격기준'도 개선할 예정이다.고용부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업무의 위탁범위 기준' 손질에 나선다. 현재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탁가능 사업장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데 규제기준에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건인력운영가이드를 마련할 계획이다.

'보건관리자 전담의무 부과대상 기준'도 개선한다. 현재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업종 구분 없이 보건관리자 전담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으로 제한된 '위험성 평가 컨설팅 지원 기준'도 개선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올해 안에 '농식품경영체에 대한 우선투자 기준'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농식품투자조합은 60% 이상 금액을 농식품경영체에 대한 투자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20% 이상은 상용근로자 수가 100명 이하이거나 연 매출이 100억원 이하인 농식품 경영체에 먼저 투자하게 돼 있다. 농림부와 해수부는 이 기준을 매출 규모로만 일원화할 예정이다.법무부는 해외에 투자한 한국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서 외국인 직원 연수를 진행하려 할 때 허용하는 인원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기존엔 해외투자 기업의 국내 기술 연수 인원은 국내 기업의 내국인 상시 근로자 수의 8% 이내로 최대 200명을 넘을 수 없었지만,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은 허용 인원이 일부 완화된다.

기업이 직원을 늘렸을 때 커지는 보험료 부담도 낮춘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기업이 고용을 늘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 요율 단계가 높아지더라도 높아진 요율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국조실은 "앞으로 정부 부처가 규제를 더 신설 또는 강화할 때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상시근로자 수 관련 기준이 고용 친화적인지 심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