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안맞는 출산정책 소용 없어…한경, 현장 목소리 전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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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을 지키자“정책 개선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전해주시길 바랍니다.”(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2) "인구 위기 해결" 저출산고령사회委·한경 MOU
김영미 부위원장 "좋은 제도도
기업 문화 달라져야 활용 가능
여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 중
출산제도 잘 정착된 곳 적극 발굴"
한경 "인구 문제 해결 못 하면
한국이 쌓은 富 다 무너질수도"
한국경제신문사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7일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시도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와 지난해부터 국가적 아젠다로 인구위기를 제기해온 한경이 손을 잡고 인구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한경은 출산과 양육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찾고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인구위기 심각성 공유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2021년 1.6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역대 정부가 지난 15년간 총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이대로 가다간 국가 존속마저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7년 만에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를 주재하며 “많은 국가가 인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한경은 이날 MOU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MOU 전 차담회에서 “저출산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윤 대통령도) 굉장히 고민이 많다”며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정호 한경 사장은 “지금 우리에게 인구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쌓은 부가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 돼야”
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한경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출산·육아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활용하기 어렵다”며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경이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한경은 지난해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날부터는 ‘인구 5000만을 지키자’ 캠페인을 통해 인구 급감을 막고,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모색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저출산고령사회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국가가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한경은 바람직한 출산·육아 제도와 문화를 갖춘 기업 사례를 발굴해 적극 알리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여건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에서 육아·출산 제도가 잘 정착된 곳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양육·출산을 지원하는 우수 기업과는 (저출산고령사회위가) MOU를 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과 육아의 병행뿐 아니라 근로자가 아픈 가족이나 노부모를 돌보기 위한 휴가·휴직 제도도 지금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한경은 출산·육아를 가로막는 규제 해소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김 사장은 “회사 내에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짓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규제 해제가 필요한 부분은 적극 수렴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경 독자들도 인구위기가 시급한 문제라는 데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잠실에 사는 김수미 씨는 ‘인구 5000만을 지키자’ 기획 시리즈를 본 뒤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 “언론 정부 기업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국공립 어린이집 세우기 같은 저출산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양길성/강진규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