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000만원' 고소득층이 출산 더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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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입소스, 25~45세 설문월급 1000만원 이상 고소득층 중 61%가 ‘아이 가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출산 기피 비중도 59%나 됐다. 소득 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이 다른 계층에 비해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적은 것이다. 고소득층은 육아에 구속되지 않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이유를 들었고, 저소득층은 경제적 부담을 호소했다.17일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25~45세 남녀 800명의 ‘결혼·출산 인식’을 2주간(3월 30일~4월 12일)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자녀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8.8%가 ‘없다’고 답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월 1000만원 이상에서 61.0%가, 200만원 미만에서 59.0%가 이 응답을 골라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10명 중 6명이 "자녀 계획 없어"
기피 이유 "육아 구속되기 싫다"
저소득층 75%은 "경제적 부담"
자녀 계획이 없는 이유(복수 응답)로 고소득층은 ‘육아에 구속되기 싫어서’(60.0%),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위해서’(52.0%)를 많이 꼽았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는 36.0%에 그쳤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소득층의 출산 기피 이유를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 문제로 설명했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하며 장시간 일하고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뜻한다. 최 교수는 “고소득 일자리는 퇴근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자리를 가진 고소득층이 양육 책임을 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저소득층에선 ‘경제적 부담’(75.0%)을 출산 기피 사유로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모두 출산을 꺼리지만 이유는 극명하게 다른 것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컨대 현금성 지원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 저소득층의 출산을 늘릴 수 있지만 고소득층의 출산율 변화를 이끌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1.6%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46.4%로 가장 많았다.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절반 이상(50.5%)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17.8%는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반등할 것’이란 응답 중에서도 당장은 어렵고 ‘10년 내 올라갈 것’이란 응답이 28.0%로 가장 많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