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공 따로, 아마 공 따로?…골프공 규제는 원칙 흔드는 일"

마허 아쿠쉬네트 CEO 인터뷰

비거리 제어해 선수 변별력 확보?
'똑같은 조건'서 치는 게 골프의 매력
다른 기준 적용하면 문제 생길 것
매년 4월이 되면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 쏠린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이때 열리기 때문이다. 골프업계 종사자들에겐 오거스타내셔널GC를 찾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세계 각지의 ‘골프인’들과 함께 현안을 토론하는 ‘마스터스 위크’(둘째주)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골프공 규제’였다. 세계 골프 규칙을 만드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지난달 “2026년부터 프로 대회 때 시속 127마일(약 204㎞)의 스윙 스피드로 타격했을 때 317~320야드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골프공 비거리를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골프 장비가 좋아진 데다 과학적인 교습법이 확산하면서 장타자들이 크게 늘어난 여파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골프공은 ‘프로 선수들이 쓰는 제품’과 ‘아마추어 제품’으로 나뉘게 된다. 프로들은 규제 탓에 어쩔 수 없이 덜 나가는 공을 써야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10m 더 나가는 공을 굳이 마다할 리 없어서다.지난 5일 마스터스 위크에서 만난 데이비드 마허 아쿠쉬네트 총괄대표(사진)는 “마스터스 위크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골프공 규제를 얘기했다”며 “상당수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골프용품 업체(작년 매출 3조원)의 수장이 한국 미디어와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타이틀리스트는 세계 골프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압도적인 1위 브랜드다. 이번 마스터스 참가 선수의 67%가 타이틀리스트 공을 사용하는 등 ‘프로가 사랑하는 골프공’이자 최고만 추구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공이기도 하다.

아쿠쉬네트는 골프공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다. 마허 대표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사용하는 공을 구분하는 것은 골프의 기본 정신에 역행하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골프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든 골퍼가 똑같은 규칙 아래 경기한다’는 매력이 있다”며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른 공을 쓰면 이런 골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는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골프공의 거리 규제는 더 일찍 나와야 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각각 다른 공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GC 회장 역시 “골프공 규제 조치를 지지한다”고 했다. 마허 대표는 이에 대해 “골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골프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마허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골프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과 열정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라며 “타이틀리스트가 지금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나라”라고 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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