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프랑스의 안일한 對中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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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베이징 특파원‘프랑스는 유럽의 중국’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미는 아니다. 주변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때가 있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프랑스인과 중국인의 기질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기 나라와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주장을 하다가 간혹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도 닮았다.
경제에서 안보로 전환하는 독일
최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도 두 나라의 닮은꼴을 감안하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 위기는 우리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는 내용의 인터뷰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유럽은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중국이 써준 대본을 그대로 읽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단결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에 갔다. 정작 중국에선 혼자만 시진핑 주석의 극진한 환대를 받고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판매 등 짭짤한 이득도 챙겼다.프랑스의 이런 행보는 대중(對中) 정책을 경제에서 안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독일과 대비된다. 중국 국유 해운사의 함부르크항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인수 계약을 재검토하고, 중국산 통신장비 부품을 전면 재조사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만 포위와 같은 중국의 무력 시위를 못 본 척 할 수 없다는 게 독일의 설명이다.
중국은 러시아, 브라질, 중동 등을 규합해 반미(反美) 전선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는 이미 열렸다. ‘중재자’라든가 ‘전략적 독립성’ 같은 개념은 이제 안일하고 순진하게 느껴질 정도다.요즘 중국에선 일부 한국 기업이 2025년 완전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미국의 반격, 주변국 참전으로 이어지는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작년 하반기에 반기 기준 역대 최저로 떨어진 걸 보면 다른 나라 기업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중국 정부는 작년 전체 FDI가 8% 늘었다는 선전만 할 뿐 하반기 FDI가 상반기보다 30% 급감했다는 사실은 굳이 밝히지 않고 있다. 2021년까지 달러로 내놓던 FDI 통계 기준을 지난해부터 위안화로 바꿔 비교하기 어렵게 한 것도 역시나 중국스럽다.
기업들은 이미 전쟁 대비
중국과 미국의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중국이 질 가능성이 큰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 핵무기의 억지력이 크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된다. 하지만 인간이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면 과거 대부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직전까지 전쟁을 경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도 벌어져선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기대로 전쟁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양안(중국과 대만) 전쟁은 한반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장기말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려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대응책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