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모인 1300명의 한국인…"월가, 대한민국이 이끈다"
입력
수정
뉴욕 KFS 15주년 기념 만찬 성황리 개최"서로를 격려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게 한국인들만의 힘입니다. 한인 여러분, 함께 가시죠.(Let's go)"(박찬호 전 메이저리거)
지난 주 미국 뉴욕 허드슨강이 보이는 퀸즈보로 브릿지 아래 자리한 구스타비노스 연회장, 만개한 벚꽃 사이로 수트와 드레스를 차려 입은 검은 머리의 참석자들이 건배사에 샴페인 잔을 부딪혔다. 스페인 출신의 유명 건축가인 라파엘 구스타비노스가 설계한 유서깊은 공간을 이날 하루 만큼은 1300여명의 한인들이 가득 채웠다. 샌프란시스코, 달라스, 시카고 등 미국 각지에서 날아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4월 뉴욕의 밤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 올랐다. 이날 이들이 모인 건 KFS(한인 금융인 협회)의 창립 15주년 연례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09년 설립한 KFS는 월가를 비롯해 미국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한인들의 네트워킹과 멘토링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창립 당시 회원수가 300명에 불과했으나 어느새 3000명을 넘어서는 뉴욕 최대의 한인 금융커뮤니티가 됐다. 이날 행사에도 거물급 한인들이 대거 모였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조지프 배 공동 최고경영자(CEO), 넬슨 채 우버 최고재무책임자(CFO),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의 엽 킴 사모펀드 대표, 마이크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운영책임자(COO), 샌더 허 찰스뱅크 캐피털 파트너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KFS의 1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박찬호 선수와 애릭 애덤스 뉴욕 시장도 자리했다.
KFS가 현지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서로를 돕고 나누는 한국인만의 '품앗이' 문화를 정착시켜 왔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월가 특유의 폐쇄적인 근무 환경에서 네트워킹을 통한 윈-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현지 금융인들의 얘기다.샌도르 허 KFS 공동 의장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권 진출을 꿈꾸는 한인 학생들을 돕고, 월가의 여성 금융인들도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성장해 왔다"며 "연회비 한 푼 없이, 모든 행사가 자원 봉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더욱 뜻깊은 점"이라고 말했다. KFS를 통해 250명의 한인(한국계 미국인 포함)들이 지금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이날 만찬에 앞서 시장 분석을 위한 세미나도 진행했다. 한 참석자는 "월가는 아직까지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라며 "끊임 없이 실력을 증명해 살아남아야 하는 한인들에게 서로를 끌어주는 끈끈한 문화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KFS는 앞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국 금융권에서 일하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한인들의 성장을 돕겠다는 포부다. 마크 킴(김선홍) KFS 신임 회장(앵커리지캐피탈그룹 이사·사진)은 "마이크 주·샌도르 허 공동 의장을 비롯한 초창기 멤버들의 헌신과 자발적인 봉사를 통해 KFS가 현지에서도 주목 받는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며 "뉴욕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한인 금융인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