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가격 상한제' 승자는 중국?…G7, 상한선 더 안낮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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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G7, 러 원유 상한선 배럴당 60달러 유지"
러 의존도 높은 日, G7임에도 70달러 선에서 구입
중국·인도·튀르키예 등 '헐값'된 러 원유 대량 매입
러 3월 석유 수출액은 전년 대비 43% 떨어져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선을 배럴 당 60달러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17일(현지시간) 나왔다.
로이터는 이날 G7 관계자를 인용해 "국제 원유 가격이 올랐고 러시아의 수익을 제한하기 위해선 가격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는 일부 국가의 요구가 있었지만 G7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배럴 당 60달러 가격 상한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G7과 EU(유럽연합), 호주, 한국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고 있다. 60달러 초과 러시아 원유에 대해서는 보험과 운송 서비스를 금지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경제에 타격을 가하되, 원유 공급의 급격한 감소가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였다. 다만 폴란드는 상한선을 배럴 당 30달러로 더 낮춰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당사국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G7이 이번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60달러로 유지한 것도 일본 등 주요국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큰 일본은 G7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한선을 넘겨 원유를 구매했다. 일본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1~2월 러시아산 석유 74만8000배럴을 총 69억엔(5200만달러)에 사들였다. 배럴 당 약 69.5달러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이미 지난해 미국의 양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상한선을 더 낮출 경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자국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 3월부터 자국 원유를 하루 50만 배럴씩 감산하며 압박에 나섰다. 중국과 중동 등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달 석유 수출량은 전달보다 하루 50만 배럴 증가한 810만 배럴이었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는 인도(210만 배럴), 중국(190만), 튀르키예(60만) 등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인 결과다. 맷 스미스 케이플러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인도 입장에서도 종전보다 싼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올 수 있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서방 제재로 러시아 원유 가격이 할인되자 이를 대거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는 자국 산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달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127억달러(16조7460억원)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수출량은 3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출액은 뒷걸음질친 것이다. G7 한 관계자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는) 국제 원유 및 제품 공급을 제한하지 않는 동시에 러시아의 수출 수익 창출 능력을 축소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