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도 대통령도 고통…고령화의 그늘 '파킨슨병', 적절 치료 받으면 정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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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다음 흔한 퇴행성 뇌질환
몸 떨리거나 말과 행동 느려져
우울증·후각이상도 의심 증상
원인 모르지만 관리 가능한 병
완치법 없지만 약물치료 효과 좋아
스트레칭·유산소 운동도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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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숫자 5년 만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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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이 왜 발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초제나 살충제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환경적 요인이 파킨슨병 발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만큼 확실한 원인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생기는 파킨슨병은 전체의 5% 이내다.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전체 ‘게놈’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형의 원인적 역할을 규명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계 의·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몸 떨림, 치매증상도 ‘의심’
○“운동 등 자기관리 중요”
의료계에서는 파킨슨병을 무서운 질환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관리 가능한 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동과 약물 치료를 통해 10년, 20년 넘게 파킨슨병을 관리하며 지내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에 따라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필요하면 뇌심부자극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기계를 피하 조직에 장착하고 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담창구나 시상하핵에 전기자극을 줘서 운동 증상을 개선시키는 치료법이다. 뇌심부자극술도 뇌수술이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상태가 좋아야 한다. 너무 고령이면 해당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만 75세 이전에 시행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완치법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다른 뇌질환보다 약물 치료 효과가 뛰어나 일상생활,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며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뇌질환이고 지속적으로 신약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적인 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상당히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근육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이 때문에 스트레칭 체조와 유산소 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에 좋은 비타민 C·E가 많이 포함된 사과, 딸기, 귤,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 낮에 적당량의 햇빛을 쬐고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TV시청과 휴대폰,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환자가 스스로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의료진의 도움도 필요하다. 안 교수는 “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문제라도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파킨슨증후군 같은 경우 병이 심하고 경과도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환자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