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모차르트? '늦깎이' 말러·브람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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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동균의 아는 클래식 몰랐던 이야기지난 4일 열린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2000년생 바리톤 김태한이 우승했다. 스물 세살의 나이로 대단한 성취를 거뒀다. 부러운 일이다. 누군들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성공의 길을 마다하고 싶겠는가.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희망을 향하여)
하지만 그런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아는 클래식 작곡계의 거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의 신동’ 소리를 들었던 모차르트가 있었지만 그의 정반대 편에는 말러가 있었고, 브람스가 있었다. 구프타프 말러는 브루크너, 바그너와 함께 후기 낭만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힌다. ‘후기 낭만 관현악의 정점’으로 인정받는다. 말러의 교향곡들은 대규모로 편성된 관현악 오케스트라를 통해 압도적인 에너지와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말러의 작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의 평가는 싸늘했다. ‘전통적이지 않은 대편성’이라며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의 작품 중에서 교향곡 2번 ‘부활’을 들어보자. 4대의 플루트(피콜로 4대), 4대의 오보에(잉글리쉬 호른2대)와 함께 클라리넷 5대와 4대의 바순까지 모두 17명의 대편성 목관악기, 10대의 호른과 8대의 트럼펫으로 무장한 23명의 브라스(트럼본4, 튜바1)가 넘치는 사운드를 내뿜는다. 총 8대가 필요한 2조의 팀파니와 2대의 하프와 오르간, 합창까지 출연하는 대편성 음악이 주는 음향만으로도 시원한 전율이 느껴진다.
가히 ‘세대를 뛰어넘는 역작’이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교향곡 1번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21년이 걸렸다. 위대한 선배 작곡가 베토벤을 넘어서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악장 도입부 팀파니의 웅장한 서주를 들으면 베토벤을 의식한 그의 불안한 내면이 느껴지는 듯 하다. 그의 악보 원본 한 구석에는 ‘등 뒤에서 들리는 거인의 발자국 소리’라는 메모가 쓰여 있었다고 전해진다.
페르 아스페라 아드 아스트라(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다’는 라틴어 속담이다. 고진감래로 해석하기도 한다. 말러와 브람스는 온갖 풍파를 거쳐 불멸의 경지에 스스로를 올려뒀다. 말러는 모두가 따랐던 전통을 깨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고, 브람스는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마음에 긴 싸움을 이겨냈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화성적 진행도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갈 길이 너무 멀어 잠시 쉬어 가고 싶을 때 어쩌면 말러와 브람스의 노래는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