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 신작 '드림'···리그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의 이야기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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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에서 승부는 핵심 요소다. 인물들이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값진 승리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은 승부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승부보다 새로운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양한 이유로 세상의 리그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모여 한바탕 멋진 낙오전을 펼치는 과정을 담는다. 그래서인지 쫄깃한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 이상의 값진 가치와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많은 인기를 얻은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박서준, 아이유가 출연한다. 영화는 실제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한국 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홈리스'는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홈리스 월드컵은 홈리스의 자립 의지를 키우고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축구대회다. 이야기는 만능 2위인 프로 축구선수 출신 홍대(박서준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물의를 일으키고 은퇴를 준비하던 중, 어쩌다 홈리스 월드컵 출전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은 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오합지졸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어설픈 솜씨에도 월드컵에 나가게 되고, 각국 선수들과 경합을 벌인다.
스포츠 영화임에도 영화의 초점은 스포츠가 아닌, 홈리스 이야기에 맞춰져 있다. 흥미진진한 스포츠물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선 다소 실망할 순 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감독이 장르와 형식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곳곳엔 이병헌 표 웃음 코드와 '말 맛'이 잘 담겨 있다. 홍대와 소민이 주고받는 빠른 속도의 대화, 홍대가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과정 등에 이 감독만의 특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다만 '극한직업' 식의 큰 웃음은 아니다.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유머에 가깝다.
박서준과 아이유는 이를 매끄럽게 소화해 코미디적 요소를 잘 부각시킨다. 박서준의 축구 선수 연기도 인상적이다. 실제 선수로 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익숙한 클리셰와 전개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선수 각각의 스토리에서 신파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된다. 신파를 소민이 찍는 극중 다큐멘터리 설정 자체로 내세우긴 하지만, 이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지는 30여분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의 절절한 사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세상의 리그에서 한두번쯤 물러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낙오에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이 작품은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많은 인기를 얻은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박서준, 아이유가 출연한다. 영화는 실제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한국 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홈리스'는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홈리스 월드컵은 홈리스의 자립 의지를 키우고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축구대회다. 이야기는 만능 2위인 프로 축구선수 출신 홍대(박서준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물의를 일으키고 은퇴를 준비하던 중, 어쩌다 홈리스 월드컵 출전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은 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오합지졸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어설픈 솜씨에도 월드컵에 나가게 되고, 각국 선수들과 경합을 벌인다.
스포츠 영화임에도 영화의 초점은 스포츠가 아닌, 홈리스 이야기에 맞춰져 있다. 흥미진진한 스포츠물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선 다소 실망할 순 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감독이 장르와 형식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곳곳엔 이병헌 표 웃음 코드와 '말 맛'이 잘 담겨 있다. 홍대와 소민이 주고받는 빠른 속도의 대화, 홍대가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과정 등에 이 감독만의 특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다만 '극한직업' 식의 큰 웃음은 아니다. '멜로가 체질'에서 보여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유머에 가깝다.
박서준과 아이유는 이를 매끄럽게 소화해 코미디적 요소를 잘 부각시킨다. 박서준의 축구 선수 연기도 인상적이다. 실제 선수로 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익숙한 클리셰와 전개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선수 각각의 스토리에서 신파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된다. 신파를 소민이 찍는 극중 다큐멘터리 설정 자체로 내세우긴 하지만, 이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지는 30여분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의 절절한 사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세상의 리그에서 한두번쯤 물러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낙오에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