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입맛 잡은 진라면…오뚜기 "결국 1등 된다" 자신

K라면 新전성시대 (3)

젊은층 많이 찾는 용기라면
편의점 시장서 경쟁사 압도
"어린 소비자가 충성고객으로"

종합식품기업 정체성이 장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은 아닙니다.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

2005년 나온 오뚜기 진라면 광고 속 멘트다. 후발주자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오뚜기의 포부가 담겼다.18년 전 오뚜기의 이 진심은 현실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2017년부터 점유율 20%대 중후반을 유지하며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농심을 견제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탄탄한 미래 고객층 확보

라면업계에서 오뚜기를 위협적으로 보는 건 오뚜기 라면의 저변이 1020세대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용기라면 시장의 약진이 이를 잘 드러낸다”는 게 유통·식품업계의 설명이다. 용기라면은 봉지라면보다 훨씬 쉽게 요리할 수 있어 1020세대가 편의점에서 많이 찾는 상품이다.18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해 1~3월 오뚜기 용기라면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용기면 평균 매출 증가율(28.1%)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오뚜기 용기라면을 선택한 1020세대 소비자 비중이 타제품보다 5%포인트 높은 37%로 집계됐다.

다른 가공식품도 그렇지만 특히 라면은 소비자의 취향이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1983~1986년에 잇달아 나온 농심의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3총사가 아직도 ‘빅3’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를 감안하면 일찍이 오뚜기 라면 맛에 길든 젊은 소비자가 앞으로도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식품업계의 시각이다. 오뚜기도 젊은 취향의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다. 진라면 출시 3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거액의 모델료를 들여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을 새 광고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종합식품사 시너지 발휘

오뚜기가 보유한 라면 라인업은 진라면을 비롯해 ‘참깨라면’ 등 85종에 달한다. 농심(98종)과 비교해도 적잖은 숫자다. 오뚜기가 이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엔 종합식품기업이란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

참깨라면만 하더라도 달걀, 참기름 등 식자재에 관한 깊은 이해가 없었더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오뚜기의 자체 평가다. 참깨라면은 다른 라면과 달리 면, 건더기에 더해 달걀 블록과 조미 참기름이 포함돼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라면 맛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도 한몫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사진)이 라면 맛 개선을 위해 주기적으로 경영진과 함께 시식회를 여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오뚜기는 함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진라면 맛을 세 차례 개선했다. 이때 진라면 매출은 2011년 700억원에서 2013년 104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