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주행동주의가 감사에 목매는 이유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결정적
감사 통한 경영간섭 가능성 커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주요국의 2022~2023년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총 929곳.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주로 미국·한국·일본에서 행동주의 활동이 급격히 증가한 영향이 크다. 특히 아시아에서 행동주의 활동이 활기를 띠었다. 일본에선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107개 기업이, 한국에선 74% 증가한 47개 기업이 행동주의자의 타깃이 됐다. 미국·캐나다는 다소 증가했고 유럽·중국·홍콩·싱가포르는 소폭 감소했다.

국내 주주행동주의자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사(위원) 선임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감사를 통해 그 기업의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법상 감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상법 개정에서 감사위원 1인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하도록 한 것과 주식 3% 이상만 보유하면 6개월 대기기간 없이 바로 주주제안이 가능한 것도 주주제안이 대폭 늘어난 부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법 개정이 행동주의자에게 날개를 달아줬다.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에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관철했는데, 올해는 SBS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뜻을 이뤘다. 감사 선임에 성공한 사례로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감사 선임을, 비상장사인 햇발은 유니켐을 대상으로 사내이사 및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했고 성공했다. 이 밖에 아이큐어, 파나진, 명성티엔에스, 아이에스이커머스에 대해 감사 선임의 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제안이 있었고 모두 가결됐다. 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에,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KISCO홀딩스에,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KT&G에 감사 선임 등 다양한 주주제안을 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같은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작년과 올해 주로 이사 선임 요구가 많았다. 칼 아이칸은 IFF(International Flavors & Fragrances)에, 쇼(D E Shaw)는 페덱스에, 스타보드밸류는 머큐리시스템스에, 앙코라어드바이저스는 뮐러워터프로덕츠잉크에, 서드포인트는 디즈니에 각각 이사 선임 또는 교체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일본은 주총 시즌인 작년 6월 상황을 보면 경영진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은 아닌 주주제안, 즉 ‘권고적 주주제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주의자들은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미쓰비시상사, 간사이전력, J파워 등에 2015년 파리협약에 따른 배출량 감축 등 탄소중립 실천을 제안했다. 일본 법원은 권고적 주주제안도 주주제안으로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한국 국민연금기금은 이번에도 여전히 군기반장을 자처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라임펀드 판매 책임을 물어 은행장의 지주회사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펀드 설계는 자산운용사가 했고 그 감독은 금융당국 소관이며 은행은 판매를 대행했을 뿐인데, 사고 후 수습과 손해배상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에만 지웠다. 감독관청의 어느 누구도 징계받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금융사기 피해자인 처지인데도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한 공로를 인정하기는커녕 단지 판매 당시 은행장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례에 따라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데 반대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기업 경영에 대한 관여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