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조기진단 키트, 병원으로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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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검진센터서 혈액으로 진단건강검진센터에서 혈액이나 분변으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던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병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국산 제품 위주이던 병원에 국산 제품이 본격 진입하면서 체외진단 기반 암 진단 시장 선점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들은 주로 외국산 키트 사용
국산 체외진단의료기 비급여 적용
병원사용 가능한 키트 3종으로
대장암 진단하는 '얼리텍-C'
분변 채취로 검진당일 검사 가능
“대장암도 당일 진단검사”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돼 국내 병원에 공급될 수 있는 암 조기진단 키트는 3종으로 늘었다. 압타머사이언스의 압토디텍트렁(폐암), 베르티스의 마스토체크(유방암), 지노믹트리의 얼리텍-C(대장암·사진) 등이다.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평가유예 대상에서 제외했던 체외진단의료기기도 포함될 수 있게끔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평가유예 대상이 됐다는 것은 의료보험 급여 심사인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고도 우선 2년간 비급여로 대학병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안전성에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술에 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주는데, 진단용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그 대상을 넓혔다. 평가유예 대상으로 선정된 후 비급여 코드를 받고, 통상 2~3개월 뒤 정부고시가 나면 병원에 공급이 가능하다.가장 최근에 평가유예 대상이 된 제품은 얼리텍-C다. 얼리텍-C는 분변 DNA를 이용해 대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키트다. 건강검진기관이 아닌 병원에서 얼리텍-C가 쓰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올라간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혈변 등의 증상이 있어도 당일 대장내시경을 하기 어려웠으나 얼리텍-C는 분변을 일부 채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일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고 판매 중인 분변 기반 대장암 진단키트는 세계에서 미국 이그잭트사이언스의 콜로가드와 지노믹트리의 얼리텍-C가 전부다. 콜로가드는 분변 전체를 받아야 해 운송 문제가 있을뿐더러 가격도 1회에 65만원가량으로 비싸 수요가 적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기·예후진단 모두 잡는다
암 체외진단 의료기기 중 제일 먼저 평가유예 대상으로 선정된 압토디텍트렁은 혈액 검사를 통해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제품이다. 서울 대형 병원 두 곳에 공급되고 있으며 올해 본격적으로 지방 병원까지 공급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베르티스의 유방암 진단검사 마스토체크도 지난해 7월 유예 대상으로 선정돼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쓰이고 있다.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을 통한 미국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암 조기진단뿐 아니라 예후진단도 한국 바이오기업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2021년 9월 혁신의료기술로 승인받은 후 병원에 공급된 젠큐릭스의 유방암 예후진단 키트 진스웰BCT가 대표적이다. 예후진단이란 암 수술 후 10년 내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진단법이다.유방암은 인종 간 차이가 뚜렷한 암이다. 미국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 환자인 데 비해 한국은 40·50대가 많다. 미국 기업의 유방암 예후진단 제품 온코타입DX는 백인 환자에게는 유효성이 있지만 아시아인에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진스웰BCT가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