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아침밥' 열풍이 달갑지 않다는 대학들

등록금 동결에 재정부담 큰데
정부 지원보다 지출 커 '난색'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 등이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해 정작 지원을 받는 대학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서울시가 얼마간 자금을 대 주면 나머지를 대학이 채우는 식으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인건비와 식대 등을 추가 지출할 여력이 있는 대학은 별로 없는 것이 원인이다.

18일 기준 서울 54개 대학 중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곳은 26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 사업은 학생이 1000원을 내면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가 1000원을 지원해주는 정부 주도 사업이다. 서울시는 최근 농식품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지역 대학은 모두 ‘천원의 아침밥’을 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아침밥 평균 단가는 낮은 수준으로 잡아도 4000~5000원 선으로 알려졌다. 질을 더 높이면 비용은 한참 더 올라간다. 대학 관점에서 보면 농식품부 지원금 1000원, 서울시 지원금 1000원을 중복으로 받고 학생이 1000원을 내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학이 끼니당 최소 1000~2000원은 감당해야 한다. 농식품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끼니당 비용이 2000~3000원으로 올라간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울 외 지역 대학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

식대는 사실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정 지원이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된다. 서울시는 관내 54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면 약 15억원에서 3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 배로 늘린다고 해도 30억~74억원이면 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늘어난 식수에 맞춰 조리사 등 학생식당 인력을 충원하고 관련 시설을 보강해야 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모 대학 직원은 “시험기간에는 800명분 이상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6시30분부터 나와 일하는데 투입 인원은 고작 4명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주간에 일할 조리사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섣불리 도입했다가 인력 충원이 어려워지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좋은 취지의 사업에 동참하고는 싶지만 등록금이 수년간 동결되는 등 재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