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차단 伊당국 "요구 조건 충족되면 오는 30일 서비스 재개"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의 접속을 차단했던 이탈리아 당국은 일련의 데이터 보호 요건이 충족된다면 이달 말부터 차단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스콸레 스탄치오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청장은 18일(현지시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개발사인 오픈AI가 유용한 조처를 할 의지를 보여준다면 오는 30일에 챗GPT 접속을 다시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회사 측에 그런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챗GPT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사람과 다름없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챗GPT는 지난해 11월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AI 챗봇의 놀라운 발전 속도와 급속히 확대되는 사용자 규모에 비해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우려를 키웠다. 그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서방 국가 중 최초로 챗GPT 접속을 차단해 시선을 끌었다.

챗GPT를 차단한 국가는 러시아, 중국,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를 제외하면 이탈리아가 유일하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그 이유로 챗GPT의 개인 정보 침해 위험을 들었다. 챗GPT는 방대한 양의 다양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글을 생성해내는 AI 챗봇으로, 학습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보호청은 지난 12일 챗GPT 개발사인 미국의 오픈AI 측에 서비스 재개를 위한 선행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보호청은 우선 챗GPT가 사용하는 논리 배열과 데이터 처리 방법을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게끔 자사 웹사이트에 게시하라고 했다. 또한 챗GPT가 부정확하게 생성한 개인 정보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추가할 것과 연령 확인 시스템 도입을 요구했다.

보호청은 오는 30일까지 오픈AI가 내놓는 조치를 토대로 접속 차단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챗GPT로 대표되는 첨단 AI를 다루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스탄치오네 보호청장은 "긴급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단독으로 챗GPT를 금지했다"며 "유럽의 결정에 의존했다면 최소 3∼4개월은 지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