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9억에 月 550만원…'100세 시대'의 이면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증금 9억원에 월 550만원. 강남의 초고가 월세가 아닙니다. 실버타운이라고 알려진 광진구의 한 노인복지주택의 보증금과 1인 생활비입니다. 실버타운의 생활비는 의무식(입소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식사 횟수)이 각각 다르다보니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가장 비싸게 월세 거래된 중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2억과 1100만원이니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실버타운 올가이드>라는 책을 내기도 한 유튜브 공빠TV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상위 5개의 실버타운은 보증금 3억2000만~9억원이라고 합니다. 1인 월 생활비는 224만~55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걱정하는 노인인구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 실버타운의 보증금과 월 생활비는 많아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있겠지요. 이를 고려한다면 어지간한 자산가가 아니면 실버타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어렵습니다.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인들이 입소할 수 있는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실버타운 자체도 많지 않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입소비용은 노인주거에 대한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입소연령이 60세임(부부 중 한 사람만 적용)을 고려한다면 대상 연령층으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들은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노인주거시설이 적다면 사회에 부담이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버타운은 왜 이렇게 비쌀까요? 기본적으로 실버타운은 관리가 필요한 케어(care)시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와 식사 그리고 기본적인 청소 등을 외부에서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생활비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은 듭니다. 국내 실버타운이 비쌀 수밖에 없는 요인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국내 실버타운은 타운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소규모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2 노인복지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 1개 시설 당 입소정원은 223가구입니다. 200가구는 보통 나홀로 아파트로 분류되어 투자가치도 떨어집니다. 서울은 더 심각합니다. 시설 당 입소정원은 160가구에 불과합니다.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의무식이 존재하고 제반 서비스 비용 또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은퇴자 공동체(retirement community) 선시티(Sun City)에는 4만명 가까운 은퇴노인들이 거주합니다. 도시면적은 여의도의 11배에 이릅니다.
두 번째는 노하우의 부족입니다. 실버타운의 역사가 일천하기에 아직 제대로 된 노인복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국내 실버타운은 단순히 노인복지서비스들을 합쳐 놓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서비스들 간의 연계나 시너지는 부족한 듯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험이 쌓이면 더 나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 실버타운은 제2, 제3의 인생을 설계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이 아니라 그 이후 세대들 또한 더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실버타운은 필수적입니다. 가성비 높은 실버타운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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