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이었다"…'애플빠'들이 삼성폰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는

WSJ 칼럼니스트 "아이폰 성공비결은 '녹색 거품'과 6년 보장"
사진=AFP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이폰 단일 브랜드로만 무수히 많은 안드로이드폰을 제치고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50%를 넘은 뒤 같은해 12월엔 52.5%를 찍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고급화 전략과 프리미엄 마케팅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애플 페이'나 '애플 통장' 같은 다양한 부가서비스 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테크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밈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녹색 거품'과 '6년 보장' 전략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이 안드로이드폰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18일(현지시간) WSJ의 '테크 뉴스 브리핑' 팟캐스트에서 WSJ의 조 토마스 기자와 밈스 칼럼니스트가 나눈 일문일답 내용.

▷ 토마스 : 아이폰의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당신은 칼럼을 통해 아이폰이 멋져 보여서가 아니라고 썼다. 아이폰이 잘 나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 밈스 :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시무시한 '그린 버블'(녹색 거품)을 빼놓을 수 없다. 안드로이드폰에서 발신되는 문자는 아이폰에서 녹색으로 표시된다. 아이메시지(iMessage) 그룹 채팅에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가 추가되면 모든 사람의 메시지가 녹색으로 바뀌고 동영상이 작아져 보기 힘들게 된다. 나는 이걸 '녹색 거품'으로 표현하겠다. 이런 불편한 현상이 특히 젊은층들에겐 "아이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 토마스 : 다른 요인이 있다면.
▶ 밈스 : 중고폰과 리퍼폰 시장 때문이다. 이 시장은 매년 14%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상당수가 애플폰이 차지하고 있다. 수명이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품질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애플의 6년 보장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고 본다. 애플은 구형 휴대폰에 새로운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최대 6년간 보장해주고 있다.

▷ 아이폰 중고폰의 점유율이 뚜렷이 늘고 있는 국가나 지역이 있나.
▶ 과거엔 개발도상국으로 구형 아이폰이 많이 수출됐다. 최근엔 선진국 비율이 늘고 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면서 가치에 민감한 젊은층이 중고폰과 리퍼폰을 많이 찾고 있다. 나도 자녀에게 200달러도 안되는 구형 아이폰SE를 선물했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세대를 거듭해도 휴대폰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 삼성이나 경쟁사도 애플과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지 않나.
▶ 삼성도 최근에 애플을 따라서 OS 업데이트 기간을 4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애플 보장기간인 6년보다 짧고 최신 삼성폰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다른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은 그 정도의 기간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 6년 보장 전략이 애플의 매출에 어떤 의미가 있나. 새로운 폰을 쓰지 않고 리퍼폰을 계속 구입하게 된다면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 애플은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6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기 때문에 구형폰이 전체 매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고가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신형 프리미엄폰으로 고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리퍼폰을 통해 저가 시장을 장악해 양쪽에서 모두 승리하고 있다.
애플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에서도 간편결제 방식인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연합뉴스
▷ 이왕이면 저가형 중고폰보다는 신형 프리미엄폰이 애플 입장에선 더 이익일 것 같은데.
▶ 애플은 중고폰이든 신제품이든 모든 아이폰에서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바로 앱 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는 수익이다. 애플 TV와 음악, 아이클라우드 등이다. 나는 이걸 서비스 수익이라고 부르겠다.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건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애플의 전체 이익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출 비중보다 더 높다.

▷ 그래도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구형보다 신형 휴대폰이 많이 팔리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
▶ 애플의 보상 판매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이 더 비싼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 보상 판매를 통해 400달러 이하로 신제품을 사는데 애플의 신제품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애플은 휴대폰에 더 많은 명칭을 추가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폰 프로였다. 이제는 아이폰 14프로맥스다. 여기에 무엇을 더 추가할 지 모르겠다. 최고급 기기를 가지려는 욕구가 엄청나기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이나 카메라 크기를 더 키워서라도 '플러스' 명칭 등을 추가할 것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아이폰14를 구매하려는 예약 신청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시장에 국한된 얘기 아닌가.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가.
▶ 많은 국가에서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 본고장인 한국에서도 29세 미만의 소비자들 대부분이 애플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의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기기를 선택하고 아이폰 중고기기를 구입하고 있다. 아이폰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