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설화의 늪에 빠진 국힘…김재원·태영호 징계 받을까

與 일각서 김재원 자진사퇴론 대두
'역사관 논란' 태영호에 김기현 경고장
김재원·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과정이 또다시 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최근 발언을 둘러싸고 윤리위 제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 최고위원은 4월 한 달간 자숙 기간을 보내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에 대해 "우리 당이 적어도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고 일반적인 생각과 어긋난 분들이 모인 당은 아니다"며 "당이 추구하는 이념, 가치와 어긋나 보이는만큼 윤리위원장이 알아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 차원의 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도부 일각에서는 자진 사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용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자진사퇴는 그분(김 최고위원) 판단에 맡기겠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스스로 자진사퇴하는) 그게 가장 현명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차원에서 결론을 낸 것은 없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자진사퇴론의 배경에는 윤리위 징계 수위를 놓고 당이 또 한번 부정적 여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김 최고위원의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해서라도 자진사퇴가 나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유·제명 등으로 이뤄지는데, 만약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으면 그 기간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다만 지난주 잇따라 제주와 광주를 찾아 본인의 발언을 사과한 김 최고위원은 자진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 최고위원은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역사관 논란을 빚었다. 지난 17일에는 전당대회 동봉투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태 최고위원을 만나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총장은 태 최고위원에 대해 "일련의 발언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며 "북한에서 교육받다보니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이 있는데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