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런 집 들어가래?"…조롱에 두 번 우는 전세 피해자

대책위 "조직적 사기 피하기 어려워…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
전세사기로 망연자실한 세입자를 향한 조롱이 온라인상에서 이어지며 피해자들의 가슴이 두 번 멍들고 있다. 19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향한 조롱성 게시글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본인 돈 내고 전세 들어갔다가 손해 본 사람들을 국가가 지원하는 게 맞냐"라거나 "사기당한 게 뭐가 자랑이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청년들이 사회 경험이 적은 탓"이라거나 "근저당 잡힌 매물을 계약한 사람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들도 있다. 이 같은 게시글은 대부분 세입자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계약을 맺어 사기를 당한 만큼 사적인 거래 문제에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우위에 있는 현행 전세 제도를 고려할 때 임차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토로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당한 사람도 잘못이 있다'는 사회적 시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세입자들도 모든 재산을 걸고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일 처리를 대충 하진 않는다"며 "집값이 치솟던 시절 사회 제도가 정해놓은 조건에 맞춰 당장 머물 집을 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아파트나 빌라의 매매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매입한 투기꾼들이 아니라, 당장 실거주할 곳을 찾아 전세금을 마련해 입주한 세입자들이다.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도 이른바 '건축왕'에게 돈을 받은 중개인들이 공제증서 등을 내밀며 "전혀 문제 없다"는 식으로 안심을 시키다 보니 누구나 쉽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안 위원장은 "'아무 문제 없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고 계약한 것도, 재계약 시 보증금을 올리자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며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공동 대응에 나선 피해자들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대책위 측은 "건축업자와 바지 임대인,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부동산컨설팅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짜놓은 덫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허술한 제도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구성해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과 심리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담 수준은 담당자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오히려 절망감을 느끼는 피해자가 다수"라며 "상담 인력과 피해자 지원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추홀구에서는 이른바 '건축왕' 일당의 조직적인 전세 사기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