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야채보다 햄에 끌리게 설계됐지만… 다 방법이 있다 [책마을]

먹고 늙는 것의 과학

류형돈 지음 / 이음
476쪽|2만2000원
넓디넓은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 그의 평생 소원은 '불로장생'이었다. 영원한 권력을 누리기 위해 아프지도, 죽지도 않는 영생을 꿈꿨다. 오죽하면 먹으면 절대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수백 여명의 신하를 풀었을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는 여전히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다. 오히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가장 큰 걱정: 먹고 늙는 것의 과학>은 이처럼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건강관리법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은 류형돈 미국 뉴욕대 의대 세포생물학과 교수가 썼다. 그는 연세대·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생화학을 공부한 후 수년간 노화 연구에 집중해왔다.

저자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깨달은 '건강하게 늙는 법'을 소개한다. 주목할 점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강 상식을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자세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왜 채소와 과일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까.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제가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식물이 햇빛을 받으면 이산화탄소에 붙어있던 전자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포도당 분자를 만든다. 우리가 흔히 아는 '광합성'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식물은 전자가 혹시 모르게 새어나오지 않도록 전자를 흡수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이 바로 베타카로틴, 루테인, 비타민 C 등 항산화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햄과 콜라에 손이 가는 걸까. 인간의 뇌는 오랜 시간을 걸쳐 고탄수·고지방 음식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졌다.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적극적으로 먹을 것을 찾아나서는 사람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선 이런 음식이 오히려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본능을 거스르고 뇌가 먹을 것을 덜 갈구하도록 만드려면 '뇌를 달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행히도 우리 뇌는 여러 번 정보를 주입하면 잘 받아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건강 상식을 꾸준히 접하고, 반복적으로 실행에 옮기면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5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각종 비유와 사례를 통해 가독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