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투자의 재미와 투자자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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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투자자들이 가져야 할 책임에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해야 할 것은 분산·장기·저비용·적립식 투자다. 직접 하기 어렵다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대부분의 금액을 투자하고 본업에 전념할 것을 추천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이유는 현재의 소비를 줄여 미래에 있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하게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현재 ‘대세’라고 언급되는 종목도, 족집게 애널리스트도, 잘나가는 유튜브 스타도 반짝하다가 사라진다. 마젤란펀드 사례를 유념하자. 마젤란펀드는 13년의 운용 기간에 연평균 29.2%라는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투자자 중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기 성과가 좋을 때 들어간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펀드 수익률이 나빠진 시점에 팔았기 때문이다.주식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을 보자. 지난 2월 말 기준 버핏과 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과거 50년(18.9% 대 10.3%) 40년(17.4% 대 11.2%) 30년(13.1% 대 9.7%)간은 버핏의 성과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최근 20년(9.75% 대 9.8%) 10년(13.3 대 12.5%) 5년(9.5% 대 9.4%)간은 버핏의 성과가 시장과 큰 차이가 없다. 시장이 그만큼 투명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자칭 전문가가 많지만 그들의 분석은 그때 맞은 것일 뿐이다. 좋은 운을 오래 지속할 자신이 없다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타깃데이트펀드(TDF)다. TDF 중 글로벌 분산투자를 하고 해외 투자를 환노출형으로 하는 상품이 장기적으로 좋다. 매니저 재량으로 임의로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아야 한다.
투자는 재미있어야 한다. 그 재미는 수익률에 따른 감정의 고저가 아니라 시간과 돈을 들인 것에 대한 투자 성과를 보상받음으로써 느껴야 한다. 잘 분산된 투자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이 실현되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진정 돈을 많이 버는 건 주식을 ‘사서’가 아니라 ‘팔아서’ 가능하다. 즉 본업에 충실하고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투자한다면 시간이 지난 뒤 수익은 실현돼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팬덤에 편승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버턴 말킬의 <랜덤워크 투자수업>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랜덤워크’는 미래 가격 변동을 예측할 때 과거의 가격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가설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 책은 앞서 이야기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으니 투자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