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인력난 '허덕'…"석·박사급은 부르는 게 값"

대기업에만 고급 인력 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기업 A사는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업무를 총괄할 사업개발(BD) 담당 임원을 6개월째 구하고 있다. 기술수출 경험이 있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다. 연봉 3억원에 성과보수를 따로 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지원자조차 별로 없다. A사뿐만이 아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석·박사급 연구인력, 사업개발 인력 등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로 통할 정도다.

19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꼽은 경영 애로는 자금 조달(54%)과 인력 확보(38%)였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다. 인력의 전문성을 고급·중급·초급으로 나눴을 땐 고급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큰 애로 요인이라고 꼽은 기업이 38%로 가장 많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 경력이 있고 글로벌 제약사와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사업개발 담당자는 인력시장에서 ‘갑’으로 불린다”며 “부르는 게 몸값일 정도로 연봉이 높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진단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의사과학자 인력 수요가 가장 크고 구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현 에이온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는 실수요자가 환자가 아닌 의사인 경우가 많아 연구개발(R&D)까지 겸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크다”며 “임상 진행은 물론 판로 개척 등에서도 ‘키맨’ 역할을 할 수 있어 수요가 많지만 국내에 의사과학자가 적어 애로를 겪는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수요가 가장 많은 인력군은 석·박사급 연구인력이었다. 전문 분야 측면에서는 공정개발 관련이 가장 수요가 컸다. 김현기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사는 “위탁개발생산(CDMO)업체에 생산을 맡기더라도 사내에 공정개발 관련 전문가 유무에 따라 비용과 결과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며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이 고급 인력을 대거 흡수하면서 소규모 벤처에선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정부는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 주도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또 향후 5년간 바이오·제약 생산인력 1만6000명, 의약품 규제과학 전문가 1만3000명, 정보통신기술(ICT)·생명공학기술(BT) 융합 인재 4000명, 의사과학자와 석·박사급 연구 인재 2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미국이 1964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바이오 인재 육성 정책을 펴온 것에 비하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