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인가, 현실인가…가로등은 말없이 빛났다 [이 아침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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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커튼처럼 벗겨지는 건물 표면 뒤로 또 다른 집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불 켜진 창과 집 앞 가로등 위로 구름이 떠 있다. 이 모든 것의 주변으로 또다시 하늘과 건물과 가로등이 펼쳐졌다. 사진가 한성필이 공사 중인 건물을 둘러싼 가림막과 그 주변을 함께 찍은 ‘파사드’ 연작의 하나인 ‘마그리트의 불빛’(사진)이다. 2000년대 시작한 이 연작은 그림 안과 밖의 사물이 뒤섞여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보였고,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한성필 '마그리트의 불빛'
작가는 2010년대 들어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소가 뿜어내는 수증기를 담은 ‘지상 구름’을 발표했다. 초원에서 흰 구름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게 찍은 그 사진은 분명한 현실인데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인생과 사회의 아이러니를 은유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한씨의 시선은 요즘 극지로 이동했다. 북극과 남극 등지에서 빙하가 줄어 날카롭게 드러난 바위, 만년설과 인류의 개발 흔적 등을 포착해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문제를 보여준다. 한씨의 작품들이 올해 해외에서 연이어 초대받고 있다.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전시를 시작했고 오는 7월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9월 중국 충칭에서 초대전이 열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