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도 이해 안 됐는데"…정부 보도자료 확 뜯어고친 까닭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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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은 추진하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자료를 낸다. 보도자료의 1차 소비자는 부처를 출입하면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지만, 일반 국민들도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도 보도자료를 게재한다.
지난달까지 사용됐던 기존 보도자료.
문제는 관련 분야 전문가나 종사자가 아니면 부처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 용어가 많은데다, 내부 보고서 형식으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요자인 국민을 배려하기보다는 공급자 위주로 작성돼 일방적으로 정책을 알리는 경우도 많다.
이달 들어 양식을 바꾼 보도자료.
이랬던 정부가 이달 들어 주요 정책을 알리는 보도자료 양식을 일제히 개편하고 있다. 기존 보도자료가 공급자 위주로 작성돼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형식와 내용 모두 일제히 바꿔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를 중심으로 시범 적용하고 있다. 신문기자 출신인 강훈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이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지난달까지 사용된 기존 보도자료는 상단에 큼지막하게 ‘보도자료’라고 적혀 있다. 아래에는 배포 일시와 담당 부서가 기재된 뒤 보도자료 제목과 내용이 나온다. 이달부터 사용된 새 보도자료에서는 ‘보도자료’ 제목의 글자 크기를 대폭 줄였다. ‘담당 부서’는 자료 맨 끝으로 밀려났다. 보도자료 제목 크기도 키웠고 구체적인 내용도 담았다.

가장 큰 변화는 자료 내용도 최대한 풀어쓰도록 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보도자료의 문장 끝맺음이 보고서 형식이었다면 새 보도자료엔 ‘~~했습니다’라는 기사체로 바꿨다. 보고서 형식보다 기사체로 써야만 국민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 지시에 따른 것이다.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공무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A부처 과장은 “보도자료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보도자료를 공무원 시각에서만 썼는지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통령실은 공무원들에게 보도자료뿐 아니라 틈날 때마다 정책 홍보에도 주력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종 내부 회의 때마다 간부들에게 정책 홍보를 강조하고 있다. 정책 방향이 좋아도 국민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