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일단 팔자"…2차전지 차익실현 나서는 개미들

올 들어 2차전지 ETF서 자금 1조 넘게 이탈
개인·은행 순매도…차익실현 목적
설정액 가장 많이 늘어난 ETF는 '채권·금리형'
2차전지 소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2차전지 업종의 부흥으로 소속 기업들의 주가가 날아올랐다. 초강세 흐름이 1분기 넘게 지속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일단 차익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20일 코스콤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일까지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테마' 등 대표적인 두 2차전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의 설정액이 1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해당 기간 'KODEX 2차전지산업'에선 약 5725억원이, 'TIGER 2차전지테마'에서는 5635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이들 두 종목은 TIGER MSCI Korea TR(7454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7000억원)의 뒤를 이어 설정액 감소율이 가장 컸다.

'설정액'이란 투자자들이 ETF에 맡긴 투자 원금을 뜻한다. '순자산'은 이 투자금을 운용한 결과로,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의 실제 가치를 말한다. 즉 설정액이 줄어들었단 것은 투자자들이 그만큼 돈을 빼갔다는 의미다.

올 1분기 일부 2차전지 종목들은 폭등세를 탔다. 에코프로(498%), 에코프로비엠(219%), 엘앤에프(94%) 등 코스닥 주도주들이 이례적인 상승률을 보이면서 '시장 왜곡'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2차전지 테마에서 설정액이 빠진 것은 투자자들이 주가 급등을 틈타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투자주체별 수급을 보면 기관과 개인의 자금을 빼냈다. KODEX 2차전지산업 ETF의 경우 개인은 106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기관은 1279억원어치 사들였지만 기관투자자 합계로는 실제 수급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는 LP(금융투자)들의 수요도 포함돼서다. 때문에 기관 유형별로 수급을 살펴보면 은행 홀로 4700억원가량을 환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TIGER 2차전지테마 ETF도 비슷한 양상이다. 개인과 은행이 656억원, 516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김탁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2차전지주를 오랜기간 들고 버티고 있던 개인들이 올 들어서 나타난 급등세, 폭등세를 기회 삼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안진우 NH아문디자산운용 부장은 "개인들이 은행 신탁을 통해 2차전지 ETF를 많이 매수했는데, 최근 들어 은행이 대거 환매에 나섰다"며 "2차전지는 기관보다 개인 수요가 상당한 편인데, 애초 테마 ETF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 상품인 만큼 여기에서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또 다른 테마 ETF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코스콤에 따르면 올 들어서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ETF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으로 나타났다. 무려 1조2867억원이 증가했다. 그 밖에 KODEX Top5Plus TR(8853억원), KODEX 23-12 은행채(AA+이상)액티브(8709억원) 등 순이다. '금리정점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형·금리형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