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몰고 올 폭풍우, 미술관으로 가져오다- 피노 컬렉션

[arte] 박주혜의 파리통신
이번 소개할 전시는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으로, 프랑스 파리 1구에 위치한 브루스 드 커머스(Bourse de commerce)에서 지난 2월 8일부터 오는 9월 11일 까지 열린다.

Bourse de Commerce 는 원래 1763년 곡물저장소로 지은 건물이다. 네오클래식의 양식과 돔 형태의 건물이 특징이며 1889년부터는 증권거래소로 사용되었다.

이곳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 와 협업해 약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의 특징적인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작업을 거쳐 전시공간으로 변신한 뒤 2021년 미술관으로 재개장했다.

이 미술관은 18세기의 건축양식을 모두 보전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유리돔과 양옆의 프레스코 천장화, 콘크리트 벽면 전시 공간과의 조화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전해준다.피노 콜렉션(Pinault Collection)은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 그룹인 케어링(Kering)의 수장이자 콜렉터인 프랑소와 피노(François Pinault)의 개인 컬렉션이다.
Avant_l'orage
이번 전시 제목인 AVANT L'ORAGE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폭풍우 전(前)>이다.

기후변화를 배경으로 약 20명의 작가와 함께 우리가 마주한 현재, 그리고 또 다른 폭풍이 몰아치기 전 불안정한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피노 콜렉션의 기획자이자, 이번 전시의 총 기획자 엠마 라비뉴(Emma Lavigne)는 "자연의 연약함을 마주 보게 하는 전시"라고 규정했다.

기후변화를 배경으로 어둠과 빛, 다양한 계절, 비와 태양 등 다양한 자연 생태계 속에서 인간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생물학이나 식물학에서 관련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예술과 과학 사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가장 큰 전시 공간인 원형 갤러리 1(Rotonde- galerie 1)에 전시되어 있는 얀 보(Danh Vo)의 'le jardin sombre'(어두운 정원)은 콘크리트 원형의 갤러리 공간 안에서 부서진 자연을 표현한다.
Danh_vo_공식
건축용 나무자재를 이용해 지탱되고 있는 뿌리가 뽑힌 나무들은 멍든 숲의 장면을 훌륭하게 표현하였다.

1층 갤러리 3(Galerie 3)에는, Hicham Berrada의 'Présage'(징조)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형식으로 전시 되어있다.
Hicham_berrada_공식
그는 수족관에 특정 화학 용액을 넣어 실시간으로 메탈의 산화 반응을 촬영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수족관이 아닌 넓은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메탈과 물이 일으키는 화학반응과 산호초는 마치 바다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소용돌이같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변화하는 우주, 생태계는 인간에게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경우 다가올 세상을 경고한다.

갤러리 4,5,6,7(Galerie 4,5,6,7)이 한번에 이어진 공간에서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로버트 고버(Robert Gober)의 'Waterfall'(폭포)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남성 재킷의 한 가운데 구멍을 뚫어 멀리서 보았을 땐 거울이나 유리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이 공간을 넘어 밀폐된 자연 공간을 볼 수 있다. 이를 Trompe-l’oeil (트롱프 뢰유- 사람들이 실물인 줄 착각하도록 만든 그림)이라 하고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같은 전시 공간에서는 한국계 작가인, 아니카 이(Anicka Yi)의 설치작업인 'Elysia Chlorotica'(푸른 민달팽이)를 만날 수 있다. 미생물이 자생하는 기계를 이용해 생물학, 과학기술,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시키고 생물의 생태학적 특성과 인간의 기술, 생산, 소비와 같은 문제들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Anicka_Yi
지하 2층 스튜디오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Untitled (Human Mask)'는 일본의 후쿠시마의 배경으로, 지진 이후 폐허 된 도시 속에 사람의 마스크를 쓰고 의상을 입은 원숭이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유명해진 영상 'Fukuchan Monkey in Wig, Mask, Works Restaurant!' 속 실제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서빙 하는 원숭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Pierre_HUYGHE_HumanMask_공식
갇힌 레스토랑에서 끊임 없이 움직이는 원숭이의 모습에서 영상의 종말론적 분위기는 '야생'이 원숭이인지, 혹은 우리인지를 묻는다. 이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기후변화와 인간 사이에 대해서 각 각의 작가의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연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앞으로도 이야기를 이어갈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