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000억대 입찰 담합"…檢, 한샘 전 대표 등 14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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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가격 논의한 입찰로 9년간 담합2조3000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을 주도한 가구업체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와 고발 없이 업계의 자진 신고를 받아 대규모 담합사건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檢 "장기적으로 아파트 분양 가격 올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신축아파트 등 빌트인가구 입찰담합 사건에 관여한 가구 업체 8곳, 임직원 14명(최양하 전 한샘 대표 등)을 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외장하드를 숨기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한 직원 2명도 약식기소했다.검찰 조사 결과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건(2조3261억원 규모)에 빌트인 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진행했던 입찰에서 담합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빌트인 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 등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건축 단계에서 설치되는 가구다. 검찰은 이들이 낙찰예정사와 투찰가격, 낙찰 받을 순번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견적서 등을 공유해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낙찰 예정사는 최저가로 일감을 입찰받은 뒤 건설사에 높은 공급단가로 빌트인 가구를 시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으로 가구 가격이 오르면 아파트 분양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진다"며 "담합에 가담한 법인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관여한 개인에게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사건은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기소까지 한 케이스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경우에는 능동적인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