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력 충돌' 수단 군벌 제재 검토…분쟁 종식할까

FP, 전현직 고위 관료 인용…"초안 마련 중"
'소극적' 비판받는 바이든 행정부, 제재 이행 여부 주목
미국이 유혈 충돌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킨 북아프리카 수단 군벌들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분쟁 종식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19일(현지 시간) 수단 문제에 정통한 전현직 고위 관료 4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제재는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구성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현재 초안 작성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제재안이 최종 확정돼 시행될 경우 수단의 민주주의 체제 전환을 수년간 가로막고 나라 전체를 갈등으로 끌어들인 두 군벌의 지도자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이 매체는 전망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의 인권 유린 관련자에 대한 제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일각의 평가를 고려하면 이번 수단 군벌들에 대한 제재안도 미미하거나 때늦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단 제재안에 대한 FP의 질의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우리는 제재안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중이며, 수단을 상대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파트너들과도 협력 중"이라고 답했다.

수단의 민주화 운동가들과 국제 인권 단체들은 수단 군벌이 2019년 민주화 요구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2021년 수단에 민주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과도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렸는데도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아무런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RSF는 2019년 시민들이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오랜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에 나서자 쿠데타를 일으켜 알바시르를 축출했다.

이후 군민 합동 과도정부가 수립됐으나, 부르한과 다갈로가 함께 이끄는 군부가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키며 민주 정부 수립은 물 건너갔다.
당시 미국은 쿠데타를 맹비난했으나, 몰리 피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비롯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민간 정부 수립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두 군벌 지도자를 끌어내기 위한 제재안엔 반대했다고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실제 지난해 3월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화 운동 시위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수단의 중앙 예비 경찰대에는 제재를 가하면서도, 쿠데타를 주도한 군 지휘관들에는 그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2021년 10월 쿠데타 직후 수단 관련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했지만, 실제로 이행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단 전문가인 캐머런 허드슨은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제재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그나마 가한 제재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양치기 소년" 같은 행보로 엄청난 신뢰를 잃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두 군벌 지도자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나설 경우 양측이 전투를 중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FP는 덧붙였다.

이번 수단 유혈사태는 30년 장기독재자를 쿠데타로 함께 몰아낸 군부 1·2인자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이 대립하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양측은 유혈 충돌 닷새째인 19일 휴전 합의도 번복하고 무차별 폭격을 이어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무력 충돌 발생 후 최근까지 최소 296명이 사망하고, 3천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