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신발, 눌러보니 80만원?…발란 '눈속임' 딱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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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명품 플랫폼 발란에 경고명품 플랫폼 발란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유인해 공정거래위원회 경고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국내 명품 수요가 늘며 급성장한 발란은 최근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일 정부당국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2일 발란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해 심사관 전결로 경고 조치했다.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발란은 온라인몰에서 특정 브랜드 운동화 A를 30만원대에 판매한다고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미국(US)식으로 표기된 1개 사이즈에만 30만원대 가격이 적용됐고, 한국식 표기 나머지 사이즈 제품의 경우 가격이 70만∼80만원으로 2배에 달했다. 또한 할인 가격이 적용된 US 사이즈 옵션은 재고 부족으로 구매가 불가능했으나 같은 크기의 다른 가격으로 책정된 한국 사이즈 상품은 구매가 가능해 높은 가격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다만 발란이 위법 행위를 자진 시정한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만 내렸다.
발란은 지난해 광고모델 김혜수를 간판으로 내걸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 몸집을 불렸으나 연이어 소비자 기만 및 상품 미지급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발란은 지난해에도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유튜브 '네고왕' 출연 당시 17% 할인 쿠폰 행사를 진행한 과정에서 일부 판매자가 행사 직전 상품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또한 발란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파트너인 병행수입업체로부터 상품 대금을 받았으나 수개월째 상품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통상 잔금 입금 후 2~3주면 물건을 지급하지만 발란 측은 병행수입업체에 수개월째 상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 금액은 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발란은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키웠으나 매출 증가율보다 손실 증가율이 더 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71.0% 늘어난 89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374억원, 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발란은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사를 실시한 삼도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억5500만원 초과하고 있다.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