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380억으로 늘어…'범죄단체죄' 적용 검토

경찰 접수한 건축왕 관련 고소장 944건…범죄수익 몰수도 추진
2천700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과 공인중개사 등 일당이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전세 보증금은 현재 경찰 수사 결과 30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수사1계는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A(61)씨 등 일당 61명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380억원대라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15일 A씨가 구속 기소될 당시에는 피해 전세 보증금이 125억원이었으나 추가 수사로 대폭 늘었다.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인 고소 사건도 남아 있어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경찰이 최근까지 접수한 A씨 일당 관련 고소장은 944건이며 이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700억원대다.

A씨는 최근 몇 년간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이 벌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받는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또 A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경찰 관계자는 "여러 명이 동일한 목적을 갖고 범죄 행위를 했기 때문에 범죄단체죄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고소장이 추가로 들어오면 수사를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였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최근 인천에서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졌다.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아파트 등 모두 2천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