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위서 美도청 의혹 공방…"국정원, 업무망각" "野, 무책임"

野 소집에 與 불참·국정원 불출석…의사진행발언으로 공방하다 30분만에 산회
윤건영 "국정원, 대통령실 도청 가능성 자료달라니 '문제없는 걸로 안다' 답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정보위원 7명의 요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회의 소집이라고 반발하며 박덕흠 정보위원장과 간사인 유상범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불참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도 참석하지 않아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통령실과 국정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회의는 30여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가 회의 전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도 기 싸움을 벌인 끝에 회의는 결국 공개로 진행됐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미국 도청 의혹에 대해 정보위가 세세히 따져보자고 했는데 (그동안) 회의가 개최되지 못했다"며 "만약 지금도 대통령실이 도청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런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하고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국의 도청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에 1차 책임이 있는데 국회에 설명도 못 하면 그게 어떻게 국가정보기관이냐"며 "대통령실 도청 가능성에 대해 자료를 요청하니 '문제없는 걸로 안다'는 답변만 보내는데 국정원이 업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이 간사인 저에게 두 번이나 보고하겠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용산 대통령실 하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도청당한 것도 문제지만, 도청당한 이후에 특히 '악의 없는 도청이었다'고 한 것은 도청사에 길이 남을 망언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미국의 도청 재발 방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 측 책임자들의 망언에 대해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소병철 의원),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 자존심이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이원욱 의원) 등의 지적도 나왔다. 이에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의사일정과 관련해 여야 간사 간 어떤 협의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정보위) 행정실에서 어떤 근거로 이런 의사일정을 올려놨는지 굉장히 의문스럽고, 다시는 이런 행태로 1당 요청에 의한 의사일정의 일방적 상정은 없어야 한다"며 회의 소집에 항의했다.

유 의원은 "미국 정보당국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급박하게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혼란과 억측만 유발한다.

국정원 입장을 밝히라는 야당 요구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 보고를 요구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윤건영 의원과 다시 한번 합의 개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현안 질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주당이 지금 같은 대국민 선동, 정쟁 형태로 정보 사안을 다루는 건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