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책방·바다香 품은 커피…속초에서 발견한 일상 속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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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9
조원진의 공간의 감각
동아서점·라이픈
3대에 걸쳐 이어온 '동아서점'
내 마음 읽은 듯한 주제의 책 진열
조용한 주택가 1층 카페 '라이픈'
원두의 맛 살린 자연스러운 향기

이 책의 저자는 속초에서 평생 나무배를 제작해온 양태인, 전용원 목수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의 기획을 담당했다. 그들이 배를 만들었던 칠성조선소에는 별도의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전쟁 이전 속초는 38선 이북의 땅이었다. 고향에 닿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속초에 이른 피란민들은 전쟁이 끝나자 졸지에 실향민이 됐다. 속초가 다른 지역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면 아마 역사에 운명을 맡긴 이들의 흔적 때문일 테다.한편으론 어떤 역사니, 전통이니 해도 지금의 속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령 60여 년을 3대에 걸쳐 이어온 동아서점도 본래 있던 자리 인근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단골들은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곳이 원래의 동아서점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마땅한 주제를 선정해 간단한 소개 글과 함께 매대에 진열해둔 책과, 문을 열자마자 자격증 서적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손님의 말에 고민해 서적을 고르는 김 대표를 보며 이유 모를 안도감과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여행으로 찾은 속초에서 괜한 감상에 빠져 서점과, 카페와, 어떤 장면들에 필요 이상으로 감정 이입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소금기가 섞인 바다 내음이 맴도는 여행의 다음날,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다시 읽으며 여행 중 찾아간 그 공간에서의 감정이 왜곡된 것만은 아님을 깨달았다.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과 예상치 못한 위로는 도처에 있다는 것을, 터널을 지나 마주한 바닷가에도, 어쩌다 마주친 책 속의 한 구절에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조건을 달지 않은 누군가의 환대도 있었음을 알았다.
조원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