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미국의 틱톡 딜레마

박신영 국제부 차장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를 간혹 불륜 이야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늙은 학자와 사랑 없이 결혼한 여자 헤스터 프린이 미국으로 건너와 만난 젊은 목사와 불륜에 빠진 뒤 사회의 냉혹한 제재를 받으며 살아간다. 헤스터의 가슴에 붙은 ‘A’는 ‘간음(adultery)’의 앞 글자다.

호손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다른 생각도 전하고 싶었다. 미국 청교도의 위선과 모순이다. 구시대적인 관습과 신분제를 피해 자유의 땅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한 뒤엔 구대륙보다 더한 관습과 편견을 갖고 인간을 재단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美, 자유 위해 이민자가 세운 나라

이 소설이 출판된 시점은 1850년. 작가는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지 100년이 되지 않은 시점부터 유럽의 구습을 배워가고 있다는 반성을 담았다. 건국 정신을 지키려고 하는 이 같은 노력이 지금의 미국을 이뤄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만큼 자유를 보장하고 아메리칸드림을 펼칠 기회와 공간을 마련하려는 의지다.

미국의 건국 정신은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미국정책재단(NFAP)에 따르면 미 전역에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 91개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50개를 이민자들이 창업했다.

도전도 있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에서 틱톡 사용자는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틱톡을 통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우려한 미 정부 및 의회가 사용 금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자해나 극단적인 선택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를 막기 위해선 사용 금지가 아니라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틱톡을 금지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틱톡 금지는 헌법정신 위배 소지

그럼에도 미국 하원은 지난달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당시 정치인들은 “틱톡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감시하는 데 쓰는 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추쇼우즈 CEO는 “어떤 정부의 접근도 막도록 방화벽이 구축돼 있다”고 주장했다.

희한한 것은 미국 정부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추진하던 틱톡 금지 정책이 자국의 말단 병사의 기밀문서 유출로 무색해졌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7일 미 정부가 중국에서 개발된 앱인 틱톡에 집착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인터넷 시대 정보 유출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허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틱톡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다. 중독성과 콘텐츠의 질도 걱정된다. 하지만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 개인이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아마도 틱톡 금지를 반대하는 미국인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각국이 안보를 명목으로 기업 활동을 규제한다면 전 세계에 2억 대의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사용자의 건강부터 콘텐츠 소비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관리하고 있는 애플은 애초부터 존재하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