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마더팩토리 구축…배터리, 반도체급으로 키운다
입력
수정
지면A5
LG엔솔·삼성SDI·SK온 '총력 지원'“2차전지와 반도체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산업이다.”
전고체 배터리 세계 첫 양산 추진
용량·출력 높인 차세대 배터리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만들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반도체급으로 발돋움한 2차전지 산업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100년 만에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 배터리 산업은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치열하게 다투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 정부가 20일 전고체 전지 개발 등에 2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2차전지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을 발표한 것도 배터리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미래 배터리 기술 선점 총력
이번 발표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부터 셀, 폐배터리까지 전체 밸류체인과 삼원계, 리튬인산철(LFP), 전고체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전략이 폭넓게 담겼다.산업통상자원부는 초격차를 위해 미래 배터리 기술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도요타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민·관을 합쳐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수명도 길어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전고체 기술을 선점하면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에서도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전고체 전지 시제품 라인을 국내에 구축하는 등 한국 공장을 ‘마더팩토리’(제품 개발·제조의 중심이 되는 공장)로 삼고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기존 원통형보다 용량과 출력을 개선한 차세대 ‘4680’ 배터리, 조달이 불안정한 코발트를 뺀 코발트프리 배터리도 국내에서 먼저 생산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고체를 비롯해 주행거리를 늘린 리튬메탈, 무게를 줄인 리튬황 등 미래형 전지 개발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소부장, 폐배터리까지 강화
미래 기술뿐 아니라 현재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도 이번 발표에 대거 담겼다. 소부장부터 배터리셀(완제품)까지 전 밸류체인에서 시장을 석권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5년간 민·관이 함께 3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뿐 아니라 LFP 배터리에서도 2027년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주도하는 삼원계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FP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긴 수명 등을 바탕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정부는 모든 산업에서 쓰임새가 늘어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출 규모도 2030년까지 다섯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배터리셀의 전 단계인 소부장과 뒷단계인 폐배터리 생태계도 구축한다. 정부는 소재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대기업 8%→15%, 중소기업 16%→25%)한 데 이어 광물 가공기술까지 세액공제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내년 일몰 예정인 적용 기간도 연장할 계획이다. 장비기업에는 R&D와 5000억원 규모 정책펀드를 집중 지원한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통해 5년 안에 국내 양극재 생산용량이 38만t에서 158만t으로 확대되고, 장비 수출은 11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폐배터리 생태계도 육성한다. 광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사용하는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된다. 정부는 사용 후 전지를 거래하면서 신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2차전지 전 주기 이력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해 무단 폐기와 무분별한 재사용을 방지하기로 했다. 나아가 사용 후 전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차전지는 글로벌 시장과 기술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마더팩토리제품 설계와 연구개발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공장. 배터리기업은 통상 마더팩토리는 국내에 구축하고, 해외에서는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가동한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