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정보 당국에 보내라"…EU, 가상자산 규제 패키지 통과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잃을 경우 가상화폐 제공자가 책임을 질 수 있게 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거래자들에 대한 정보를 보관해 현지 금융 당국에 보내야 할 수 있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막고,리스크를 줄여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EU 의회가 가상자산 규제 패키지(MiCA)를 이날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패키지는 이제 EU 회원국 27곳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인 사항은 점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내년부터 법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추적하도록 하는 별도 법안도 이날 통과됐다. 가상자산이 한 투자자에서 다른 투자자에게로 이동할 때 자산의 출처와 수익자 등에 대한 정보가 함께 전송돼 양측에 저장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EU 의회 발표와 CNBC,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한 MiCA의 주요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MiCA란.
A. EU의 기존 금융서비스법이 규제하지 않는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암호화폐의 발행과 거래 과정에서의 투명성, 관련 기업들의 감독, 시장 조작 및 자금 세탁 등 범죄 활동 방지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투자 위험 및 비용에 대해 알게 하고 가상자산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CNBC는 “MiCA는 현존하는 규제 중 가장 포괄적인 가상자산 규제”라고 평가했다.
Q. MiCA의 주요 내용은.
A.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가 가상화폐 자산을 잃을 경우 가상화폐 제공자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적어도 EU 회원국 한 곳의 금융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이 경우 EU의 주요 금융 당국인 유럽증권시장국(ES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감시를 받게 된다.

가상화폐 플랫폼은 투자자에게 플랫폼 운영과 관련된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유럽증권시장국은 가상화폐 플랫폼이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시장 건정성 또는 금융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개입해 플랫폼 운영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새로운 코인 판매도 규제 대상이 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들은 투자자들의 대량 인출 등 위기 상황을 대비해 충분한 준비금을 준비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하루 거래규모도 2억유로(약 2900억원)로 제한된다.



Q. EU 금융 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대상은.
A. 가상화폐 발행 기업부터 플랫폼, 컨설팅 기업 등 유로존 내에서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 및 운영하는 모든 기업들이 대상이다.


Q. 언제부터 시행되나.
A. 최종안은 오는 6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7월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실제 적용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은 내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Q.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인가.
A.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블록체인 데이터업체 체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약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등록됐다. 전 세계 시장의 22% 수준이다.

그러나 MiCA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법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20년 처음 고안된 이후 수정을 거듭했지만, 현재 가상자산 업계를 적절히 규제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예로 지난해 암호화폐 업계를 뒤흔들었던 암호화폐 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이 부족하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를 관리 감독하는 규칙도 없다.


Q. 업계 반응은.
A. 달가워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익명성은 가상자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유로존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에 대해 거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규제 법안은 치명적이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상한선 등도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는 의견도 많다. 최대 암호화폐 시장인 미국에는 가상자산에 특화된 법이 아직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떤 가상자산을 무슨 기관이 감독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MiCA는 기본적인 관리 감독 체계가 마련돼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코인베이스는 미국 규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영국으로 이동하겠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