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려다 3000만원 날릴 판"…'피해자' 된 여성 호소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31회

명품 할인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 피해 급증
수백~수천만원 받고 배송 안 하고 환불도 미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거주 30대 여성 강모 씨는 명품 해외구매대행 전문 카페에서 3000만원이 넘는 에르메스 가방을 주문하려다 사기를 당했습니다. 강씨는 2021년 초 거래대금으로 현금 약 2700만원을 선입금하고 500만원가량을 카드 결제했습니다. 하지만 해외구매대행업자 A씨는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배송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2년이 지난 올해 초 항의하는 강씨에게 100만원씩 3차례 입금하며 환불해주는가 했지만, 이달 들어선 완전히 연락을 끊었습니다.

강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던 중에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를 받으면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단톡방에 속한 피해자만 160명이 넘더라.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털어놨습니다.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명품 시장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노린 사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기 많은 해외 명품이나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해외 브랜드 의류 등을 현지에서 대신 구매해 택배로 부쳐주는 ‘해외구매대행’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
또 다른 명품 해외구매대행 블로그를 이용하는 회사원 주모 씨도 기념일에 남편에게 명품 신발을 선물하기 위해 구매대행을 하려다가 180만원을 잃었습니다. 해외구매대행 전문 블로그의 운영진을 사칭하는 방식에 속았습니다.

해외구매대행업자를 사칭한 B씨는 주씨가 가방 견적을 묻는 게시글에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쪽지를 보내 접근했습니다. 이후 익명의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해 상담해주는 척하면서 개인정보를 빼내고 입금을 유도했습니다.주씨는 “구매대행 블로그 운영자와 B씨 아이디가 너무 유사해서 의심하지 않았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B씨는 블로그 운영자의 메신저 아이디의 앞부분과 프로필 사진만 일치하는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알파벳 ‘O’와 숫자 ‘0’이 단어 속에 섞여있으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띄어쓰기를 달리 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사칭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
이처럼 크고 작은 구매대행 사기 사례는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옵니다. 지난달엔 네이버 최대 구매대행 카페에서 셀러(판매자)가 물품 대금을 받아 챙긴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잠적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롤렉스·샤넬·에르메스 등 국내에선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국외 명품의 구매대행을 주로 해 1인당 피해 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등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액만 15억원, 피해자 160명이 넘습니다.

해당 셀러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특정 모델을 구해준다”고 피해자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들 연락을 피하던 셀러는 고소장을 접수하자 갑자기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시중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판매하는 해외명품 구매대행 쇼핑몰 '에스디컬렉션'에 대한 소비자 피해주의보도 발령됐습니다. 에스디컬렉션은 명품 가방과 지갑, 신발 등을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해외명품 구매대행 쇼핑몰입니다. 온라인 쇼핑몰과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품을 판매한다고 광고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한 뒤 배송 지연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부터 이달 5일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 및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에스디컬렉션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 25건으로 피해 유형은 대부분 배송과 환급 지연이었습니다. 특히 루이비통 가방과 샤넬 가방이 각각 977만원, 600만원에 판매되는 등 거래 금액이 수백만 원에 달하지만, 현재 업체와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욱이 업체에서 쇼핑몰 창업 정보 커뮤니티에 명품 위탁배송과 도매공급도 한다고 광고하고 있어 영세사업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피해 방지를 위해선 소비자 스스로 의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명품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쇼핑몰 이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고가 상품을 거래할 때는 현금 거래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결제만 가능한 경우 거래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피해를 본 소비자는 1372소비자상담센터로 문의해 대응 방법을 안내받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 즉시 카드사에 알리는 동시에 할부 대금 납부 중단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