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여왕' 담라우 "왕관 아래 놓인 영혼과 아픔 흥미로워"

내달 롯데콘서트홀서 두번째 내한 공연…'오페라의 왕과 여왕들' 테마
"오직 여왕과 왕에 관해 노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좋아하는 아리아를 모두 선택했어요.

마법 같은 순간, 기쁨, 깊은 감정,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 싶어요.

"
이 시대 최정상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기교와 고음을 구사하는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디아나 담라우(52)가 다음 달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두 번째 내한 공연으로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2000년대 초중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으로 세계 오페라 무대를 휩쓴 담라우의 이름 앞에는 늘 '오페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밤의 여왕 아리아는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4옥타브 도(C6) 음이 연속되는 구간 '아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는 알 정도로 유명한 곡이자, 성악가들 사이에서는 어렵기로 악명 높은 곡이다. 담라우는 이 무시무시한 고음의 곡을 화려한 기교에 격정적인 분노를 표현하는 연기까지 더해 소화하며 압도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명소프라노로 손꼽히는 담라우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밤의 여왕' 역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백설 공주의 못된 계모가 되고 싶었다"면서 "밤의 여왕이 될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그가 왜 그렇게 화가 나고 못되게 굴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
다만 담라우는 200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를 마지막으로 더는 이 역할을 맡지 않고 있다.

자칫 성대에 무리를 줘 성악가로서의 수명을 단축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밤의 여왕은 일정 기간에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성악가의 목소리와 경력이 달라지면서 (맡는 역할도) 변하죠. 벨칸토 오페라에서 주요 역할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극한의 역할은 그만두고 미래와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
한국 관객을 만나는 이번 공연의 테마는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이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 하지예프의 오페라 '마리아 데실리바'의 '위대한 신이시여, 제 간청을 들어주시옵소서' 등 오페라에 등장하는 왕과 여왕의 음악들을 선보인다.

"정말 흥미로운 일은 왕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여왕과 왕도 우리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지극히 평범하고 사적인 문제로 고민해요.

어떤 작곡가들은 왕관의 화려함과 외로움 사이에서 그들의 영혼과 아픔을 보여주죠."
담라우는 남편인 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듀엣곡도 부를 예정이다.

지휘는 파벨 발레프가, 연주는 KBS교향악단이 맡았다.

2017년 내한 공연 당시 앙코르곡으로 한국 가곡 '동심초'를 불러 기립 박수를 받았던 만큼 이번 공연에서도 한국 노래를 들려줄지 기대를 모은다. 담라우는 이런 기대에 "공연하는 나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멋진 시도이고 이런 도전을 사랑한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