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美 제재에도 中 반도체주 강세…"내수 개선 기대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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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중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제재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를 수입하지 못해 최근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주가는 조정을 받기는커녕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전문가들은 "저사양(로우엔드) 반도체에 대한 자국 내 수요가 바닥을 찍고 곧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사양 내수는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반도체기업은 결국 고사양 반도체를 만들어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美 제재에도 상승한 中 반도체주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5위 업체 SMIC가 지난 21일 23.25위안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초 대비 44.95% 오른 가격이다. 이 기간 상하이지수가 0.66% 상승하는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중국의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주가가 수십% 오른 곳이 많다. 반도체 팹리스 기업 기가디바이스는 같은 기간 20.52%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팹리스 사업을 하는 몽타주, 웨이얼반도체는 각각 24.74%, 10.79% 올랐다. 반도체 장비주 AMEC는 같은 기간 74.74% 올랐고, 북방화창은 44.60% 상승했다.중국 반도체 기업은 최근 미국의 제재로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 제품 생산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에게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주가는 이런 상황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중국 내 재고 바닥 기대감 반영"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른 건 "중국 내 로우엔드 반도체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입이 막혔을 뿐, 로우엔드 반도체에 대한 내수는 사이클상 상승 국면에 들었기 때문에 주가에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은 매출에서 내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에 상당수의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이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황이 바닥을 찍고 곧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이 투자 심리를 개선해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이고 말했다.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 전문가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구매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계속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 미국 대선이 끝나면 제재가 완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사양 반도체 육성 쉽지 않아" 지적도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술 업종 내에서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개별 종목보다 상장지수펀드(ETF)로 대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는 국내 상장 ETF로는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 ETF, TIGER 차이나과창판STAR50 ETF,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ETF 등이 있다. 이들 종목은 3월 초 이후 각각 15.57%, 14.90%, 14.01% 올랐다.관련 종목 매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에는 중국 내수 사이클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고사양 반도체 육성 의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런 의지가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