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박지원·女 박지원, 쇼트트랙 대표팀 동반 승선 "신기해요"

무명 세월 딛고 나란히 태극마크…"박지원 이름, 더 멋지게 만들 것"
쇼트트랙 대표팀에 동명이인 선수인 남자 박지원(26·서울시청)과 여자 박지원(25·전북도청)이 나란히 승선했다.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은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라 대표팀에 자동 선발됐다.

여자 대표팀 박지원은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막을 내린 2023-202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선수는 나란히 차기 시즌 ISU 국제대회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출전한다.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동명이인 선수가 함께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둘은 이날 대회를 마친 뒤 나란히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대표팀 합동 승선을 자축했다.

남자 대표팀 박지원은 "부모님이 좋은 이름을 지어주신 것 같다"며 "이 이름을 더욱 멋지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 대표팀 박지원은 "재밌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신기하다.

외국 선수들도 신기하게 바라볼 것 같다"라며 웃었다. 남자 선수 박지원은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지난 시즌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에이스다.

박지원은 중국 귀화 선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황대헌(강원도청) 등 주요 선수들에게 번번이 밀리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지난 시즌 ISU 월드컵 6개 대회에서 14개 금메달을 차지하며 개인 종합 1위에 등극했다.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획득하며 물오른 기량을 재확인했다.

대표팀에 자동으로 승선한 박지원은 이번 선발전에서 경기 결과지를 선수, 코치 등에게 전달하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업무를 보조하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는 "새 시즌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거둬 국가대표 선발전 업무 보조를 또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여자 대표팀 박지원도 오랜 기간 무명 선수 생활을 했다.

태극마크를 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원은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어 매우 영광"이라며 "한 시즌 동안 많은 것을 배워서 발전하겠다"고 했다.

두 선수는 국제대회 개인전뿐만 아니라 혼성 2,000m 계주에서도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둘은 이름이 같지만, 특기할 만한 접점은 없다.

여자 대표팀 박지원은 "박지원 오빠와 함께 훈련 및 경기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자 이름도 다르다. 남자 박지원은 '알 지(知), 으뜸 원(元)' 자를 쓰고, 여자 박지원은 '뜻 지(志), 예쁠 원(媛)' 자를 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