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의 소프트파워 신세계] 메타학습 통해 '애자일' 디지털 전환 시대로

이동만 KAIST 공과대학장
현 정부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목적한 것이 아닌 다른 현안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 기존 시스템과의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 이는 격변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정부에 ‘애자일’(민첩성) 기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에 애자일 기능을 적용해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수집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도록 한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데이터와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 애자일 기능이 가장 필요하다. 간혹 이를 적응성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전자는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의 대응인 반면 후자는 단기적인 변화와 새로운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 실시간 학습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AI) 기술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엔 실시간 데이터 및 통찰력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메타 학습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메타 학습은 시스템이 새로운 상황과 작업을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더 큰 민첩성을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최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시 곳곳에 교통신호등과 함께 CCTV가 설치되고 있다. 딥러닝 기반 영상 처리 알고리즘은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학습된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는 성능이 저하된다. 예를 들어 맑은 날에 촬영된 사진으로 학습된 객체 탐지 알고리즘은 눈이 오는 날의 사진에서 객체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시킨다고 하더라도 특정 상황에 적응한 알고리즘보다 성능이 감소한다. 따라서 도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CCTV가 설치된 환경에 맞춰 알고리즘을 빠르게 적응시켜야 한다.

그래서 ‘메타 러닝(Meta learning)’이 필요하다. 메타 러닝은 학습 단계에 제공된 데이터로부터 일반화된 특징을 배우고, 실제 단계에서 제공되는 적은 양의 데이터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변화하는 다양한 교통 환경에 실시간 적응력(애자일)을 높이기 위해 여러 디바이스가 일을 나눠 협력하는 연합 학습 기법, 데이터 간 유사도를 이용하는 비교 학습 기법, 초기 소량의 데이터만을 이용해 학습하는 소량 학습 등이 이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몇 장의 사진과 정답 데이터만으로도 알고리즘이 물체의 특징을 파악하고 탐지할 수 있게 된다.

메타학습은 하나의 작업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작업을 더 빨리 학습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 또 과거 경험에서 배우고 그에 따라 의사 결정 전략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실시간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메타 학습은 디지털 전환된 시스템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도록 애자일 기능이 극대화되는 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