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안이호, 판소리 무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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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절창Ⅲ' 5월 6·7일

'충효의 가치'를 걷어내버린
이색 수궁가·심청가 선보여
2020년 히트곡 ‘범 내려온다’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밴드 이날치의 보컬(소리꾼) 안이호(44·왼쪽)가 판소리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창극단이 다음달 6~7일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리는 ‘절창(絶唱) Ⅲ’ 무대에서 소리꾼 이광복(국립창극단 단원)과 호흡을 맞춘다. 연극 ‘월화’ ‘올모스트 메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치민이 연출을 맡는다.

절창은 아주 뛰어난 소리라는 뜻이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가 당대 최고 명창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대로 39년간 명맥을 지켜오고 있다면, ‘절창’은 20~40대 젊은 소리꾼들이 펼쳐내는 신선한 음색과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할 수 있는 공연이다.이번 무대 역시 독특하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물에 몸을 던진 심청의 ‘효(孝)’와 병든 용왕을 살리기 위해 뭍으로 가는 별주부의 ‘충(忠)’을 과감히 버린다. 타인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를 찾아가는 참신한 내용의 판소리 ‘수궁가’와 ‘심청가’를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국립극장 대본연습실에서 만난 안이호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가치의 형태도 매일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중시된 가치에 갇히지 않고도 판소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온전히 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주어진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절창’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설명하며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절창이란 단어에는 뛰어난 소리 외에 ‘날카롭게 베인 상처’란 뜻이 있어요. 마음에 특히 와닿는 표현이에요. 소리꾼이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상처를 내고 그 아픔을 아물도록 기다리고, 이를 통해 단단해지는 것의 반복이거든요. ‘절창 Ⅲ’ 관객들도 이번 공연을 통해 기존의 상처와 자신을 얽매온 가치들을 털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 단단해질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