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는 글로벌 IPO…亞 끌고, 유럽 밀고

3~4월 IPO 조달액 1~2월의 2배
중국 외 동남아·일본서도 활황세
인도네시아 '니켈 대어' 2곳 상장

'전쟁 타격' 유럽서도 활력 징후
美, 금리 불확실성에 여전히 침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긴축으로 얼어붙었던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긴축 사이클이 끝물에 접어들면서 그간 사실상 ‘보류’됐던 대형 IPO들이 속속 재개되고 있는 덕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본격화가 기대되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IPO 활황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빈사’ 상태에 가까웠던 유럽 증시에도 차츰 온기가 돌고 있다.

‘니켈 대국’ 인니 증시 두각

23일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3~4월 세계 IPO 시장 규모는 약 250억달러(약 33조원)로 1~2월(138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조달 자금의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나왔다. 4월의 경우 전체 조달액(100억달러) 중 80%에 가까운 76억달러가 이 지역 IPO에 기반한다. 아시아 지역 내 IPO 조달액은 올해 들어 1월 38억달러, 2월 57억달러, 3월 103억달러 등으로 급증했다.

대형 IPO의 중국 쏠림 현상이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지역 범위가 넓어졌다. 세계 최대 니켈 보유·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만 광산 회사 2곳이 상장했다. 하리타그룹의 자회사인 하리타 니켈은 올해 인도네시아 IPO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지난 12일 상장한 이 기업은 이번 공모를 통해 9조9970억루피아(약 8987억원)를 끌어모았다. 18일에는 또 다른 니켈 생산 업체 메르데카 배터리 머티리얼스가 IPO로 9조2000억루피아(약 8271억원)를 조달했다.

이 밖에 일본에선 라쿠텐그룹의 자회사 라쿠텐은행이 21일 상장했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이 회사 주가는 공모가(1400엔) 대비 38% 급등한 1930엔에 마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홍콩 증시에선 중국 주류업체 ZJLD가 오는 27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바이주(백주) 제조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본토 밖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로, 63억7000만홍콩달러(약 1조812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올해 홍콩 증시 최대 IPO로 꼽힌다.유럽 IPO 시장에서도 서서히 회복 조짐이 감지된다. 복권업체 로토마티카,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 유로그룹 라미네이션즈 등 이탈리아 기업에 이어 독일 웹호스팅 업체 이오노스 등이 연초 증시에서 3억~6억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제임스 왕 골드만삭스 ECM사업부 공동대표는 “100% 회복된 건 아니지만 글로벌 IPO 시장에선 새로운 활력의 징후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美, 금리 불확실성 여전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미국은 상반된 분위기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미 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누적 자금은 4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태양광 기업 넥스트래커, 천연가스 생산업체 아틀라스 에너지 솔루션스, 이스라엘 소재 태양광·풍력 발전 기업인 인라이트 리뉴어블 에너지 등 3개 회사가 전체 조달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짙어지는 데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기조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패트릭 갤리 리버노스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래 금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공모 가격을 책정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미국 IPO 시장이 활기를 찾으려면 금리 수준이 명확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